대치미도 재건축, 임대주택 분리 설계안으로 소셜믹스 논란 재점화
핵심 요약
대치미도 재건축 설계사가 소셜믹스를 우회하는 설계안을 제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남구청의 행정지도에도 불구하고 대형 평형과 소형 평형을 별도 동으로 배치하는 방안이 나왔다. 서울시 규정의 모호함과 벌칙 조항 부재로 유사한 편법이 확산될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재건축사업 설계사인 해안건축이 지난 18일 주민설명회에서 제시한 설계안이 '소셜믹스' 원칙을 우회한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 설계안은 대형 평형을 양재천변에, 소형 평형을 후면에 별도 동으로 배치해 조합원 주택과 임대주택을 사실상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강남구청이 지난 10일 공공임대주택을 별도 동으로 계획하거나 분양주택과 분리 배치하는 것은 현행 법령 및 서울시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행정지도 공문을 보낸 직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대치미도는 전용면적 84㎡부터 191㎡까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있다. 해안건축은 대형 평형 위주의 동을 양재천변에 배치하고, 후면에는 전용 59㎡ 이하 소형 평형으로 별도 동을 구성해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을 함께 넣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렇게 하면 형식적으로는 서울시의 소셜믹스 원칙을 충족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대형 평형 중심의 조합원 주택과 임대주택이 분리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강남구청은 설계안이 확정되지 않아 향후 건축심의와 통합심의 과정에서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평형 구성 자체는 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임대주택만 별동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면 현행 규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전했다.
과거에는 조합원 물량을 로열동·층에 우선 배정하고 남은 비선호 가구를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서 임대주택이 특정 동이나 저층에 집중되고 외관과 마감에서 차이가 나는 '임대동' 낙인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정부는 2018년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개정해 조합원 우선 추첨제를 삭제하고 임대주택 공개 추첨제를 도입했으며, 서울시는 2022년 한 단지 내 임대와 분양을 동·층·라인까지 혼합 배치하는 '완전한 소셜믹스' 정책을 발표했다. 대치미도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 고시에도 이 같은 내용이 명시됐다. 다만 서울시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의 규모 차이가 과도하거나 도시계획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임대주택을 별동으로 건립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어, 해안건축이 이를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규정이 모호하고 시행령에 별도 벌칙 조항이 없다 보니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이를 우회하는 편법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치동 구마을3지구는 공개추첨 규정을 위반해 20억원의 현금을 기부채납했고,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행복주택으로 공급되는 전용 49·59㎡를 별동으로 공급했다. 대치동 재건축 대장으로 불리는 '우·선·미'(개포우성·대치선경·대치미도) 모두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점을 고려하면 이런 꼼수 설계 방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치미도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조합원 희망 평형 수요조사 전이라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대치미도는 1983년 준공된 2436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3914가구의 초고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