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구상 엇박자…정부 기준 정립 과제로
핵심 요약
북한 호칭과 대화 구상을 둘러싸고 정부 부처와 장관 사이의 입장 차이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국호 사용과 9·19 군사합의 복원 등에 신중한 판단을 주문했다. 정부 차원의 대북정책 원칙을 정립하고 북한의 호응 없는 선제 조치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부처와 장관마다 서로 다른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지난 5월 북한을 ‘인민공화국’으로 불렀으며, 보훈부는 최근 국회에 이 표현을 정정하거나 별도로 해명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호칭 변경 제안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지 일주일 만에 나온 답변이어서 정부 차원의 기준이 정리돼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 장관은 지난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방안을 평화 공존의 첫 단계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9·19 군사합의 복원, 남북미중 4자 대화 추진, 대통령 임기 전반부 남북정상회담 구상도 내놨다. 그러나 조현 외교부 장관은 4자 대화 구상을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이상주의적 방안으로 평가했다. 통일부가 검토 의사를 밝힌 러시아 동방경제포럼 참석 문제에 대해서도 외교부가 담당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도 통일부가 제시한 구상에 즉각 힘을 싣지는 않았다. 북한 국호 사용 문제는 더욱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고, 9·19 군사합의 복원이 적절한지를 두고도 의문을 나타냈다. 업무보고에서 발표된 내용이 곧바로 정부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남측의 선제적 조치가 실제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남북 화해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군사적 긴장 완화와 대화 채널 복원도 계속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북한은 정부의 대화 제의에 호응하지 않은 채 한·미 연합훈련을 앞두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반응 없이 남측만 앞서가는 조치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내에서는 ‘조선’과 ‘주적’ 같은 표현을 둘러싼 이념 논쟁이 커질 수 있다. 평화 공존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지키려면 장관 개인의 구상보다 대화는 열어두되 호응 없는 선제 조치는 신중히 한다는 정부 원칙을 먼저 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