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공식 호칭 논의, 공론화 문턱에 서다
핵심 요약
정부 업무보고에서 대북 공식 국호 사용 방안이 제시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사회적 여건을 고려한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역대 유엔총회 연설과 국제 스포츠 기자회견 사례는 공식 국호 사용을 둘러싼 현실적 간극을 보여준다. 민간의 사용 확대와 국민적 공론화를 거쳐 병기 방식 등을 검토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일 업무보고에서 북한을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칭 ‘조선’으로 부르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용어 하나도 정쟁의 소재가 될 수 있어 사회적 수용 여건을 살펴야 한다는 판단이다. 공식 호칭을 둘러싼 논의가 정부 의제로 떠올랐으나 즉각적인 변경보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입장이 확인됐다.
남북 합의문에는 양측의 공식 국호가 병기됐고 국제무대에서는 영문명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DPRK)’가 쓰여 왔다. 다만 합의문 표기는 상대 측 서명자가 사용한 국호를 수용한 성격이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직접 호칭으로 활용한 것과는 구분된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 이후 한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공식 국호가 등장한 사례도 1991년 노태우 대통령 연설 한 차례뿐이다. 이후 대통령들은 ‘북한’을 썼고 이 대통령은 지난해 ‘북’이라고 표현했다.
호칭 갈등은 국제 스포츠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2023년 7월부터 한국을 ‘대한민국’ 또는 ‘한국’으로 부르면서 한국 기자들이 ‘북한’이나 ‘북측’이라고 표현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여자축구 대표팀 감독은 2023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2월 파리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관련 기자회견에서 공식 국호를 쓰지 않은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지난 5월 하순 내고향여자축구단 기자회견에서도 감독과 통역관, 주장이 호칭 수정을 거듭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공식 국호 사용론은 상대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흡수통일을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를 쌓아 적대성을 낮추자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정부보다 민간이 먼저 사용을 늘려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선민후관’도 그 실행 방안으로 제시됐다. 호칭 변경만으로 남북관계가 곧바로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스포츠 기자회견과 같은 접촉에서 대화를 이어갈 여지는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마련하고, 과도기에는 ‘북한(조선)’이나 ‘조선(북한)’처럼 두 명칭을 병기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