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소급 감정 과세 인정…입증 문턱은 높였다
핵심 요약
대법원이 상속·증여 재산에 대한 소급 감정 과세의 법적 근거를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과세당국은 감정평가 전 과정에서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조세형평과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입법적 개선 필요성이 남았다.
대법원이 상속·증여 재산을 신고한 뒤 과세당국이 실시한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활용하는 소급 감정 과세의 법적 근거를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시가주의에 가까운 평가방법을 선택해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고 재산 가치를 공정하게 산정하려는 제도라는 취지다. 다만 평가기간을 벗어난 감정가액을 인정하려면 과세당국이 가격 변동과 관련된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엄격하게 입증해야 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개시일이나 증여일 현재의 시가를 재산가액으로 삼는다. 원칙적인 평가기간은 상속재산의 경우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이며, 증여재산은 이전 6개월부터 이후 3개월까지다. 이 기간의 매매·감정·수용·경매·공매가액을 시가로 인정하고, 시가 산정이 어렵다면 기준시가 등 보충적 방법을 적용한다. 시행령 개정 뒤에는 신고기한 이후 법정결정기한까지 이뤄진 감정도 시가 판단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법정결정기한은 상속세가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가 6개월이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개별성이 강하고 비교할 거래가 부족해 기준시가로 신고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기준시가가 실거래가의 50~60% 수준에 머물면서 꼬마빌딩 등이 편법 증여에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세청은 2019년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2020년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을 도입했다. 처음에는 비주거용 부동산과 나대지가 중심이었으나, 2025년 무렵 주거용 부동산과 비상장주식의 순자산가치 산정에 필요한 시가 평가까지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하급심에서는 적법하게 신고·납부한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관련 시행령을 무효로 본 사례가 있었지만, 대법원은 이를 입법재량의 범위로 판단했다. 동시에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뿐 아니라 가격산정기준일부터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도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을 과세당국이 주장하고 증명하도록 한계를 설정했다. 제도의 외형적 적법성은 확보됐지만, 실질과세와 조세형평을 달성하면서 납세자의 신뢰를 보호하려면 공식 감정평가 의무화나 공시가격 현실화 같은 입법적 개선이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