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공석 장기화 속 ‘동시 제청’ 논란
핵심 요약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이 제청되지 않아 대법관 공석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흥구 대법관 후임까지 함께 제청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치적 절충 논란이 불거졌다. 후임 임명이 늦어지면 대법원 제3부의 기능이 정지돼 현행 제청권 구조를 둘러싼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이 퇴임한 뒤 후임 제청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법관 공석이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이 오는 9월 7일 임기가 끝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까지 두 사람을 함께 제청하는 ‘1+1 동시 제청’ 방안을 택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이 선호하는 후보가 다른 상황에서 장기간 미뤄진 제청이 두 자리의 배분을 염두에 둔 정치적 절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4일 이흥구 대법관 후임 추천을 위해 모인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이전 추천 절차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앞으로 합쳐서 열심히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발언은 노 전 대법관과 이 대법관의 후임을 동시에 제청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이 약 7개월간 지연된 배경과 두 자리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는 구상이 맞물리면서 제청권 행사의 적절성을 둘러싼 의문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재판부 운영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노경필 대법관이 지난달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된 뒤 대법원 제3부는 이흥구·오석준·이숙연 대법관으로 구성된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률상 대법원 소부는 대법관 3명 이상이 있어야 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대법관이 다음 달 퇴임할 때까지 후임이 임명되지 않으면 제3부는 재판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신속한 재판을 강조해 온 조 대법원장이 공석을 장기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권은 1972년 유신헌법에서 도입됐다. 그 이전에는 법관들로 구성된 법관추천회의가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했지만, 유신헌법은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직접 임명하고 대법원장이 대법관 제청권을 행사하도록 구조를 바꿨다. 이번 공석 사태와 동시 제청 논란은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한이 사법부 인사와 재판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다시 드러냈다. 현행 제청 제도의 개편과 개헌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