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본제철의 강제동원 배상시효 항변 기각
핵심 요약
대법원이 일본제철에 고 민문식씨 유족에게 위자료 총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확정했다.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 권리 행사를 막은 객관적 장애가 존재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배상 확정판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제철의 거부로 실제 배상 절차는 지연되고 있다.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故) 민문식씨의 유족에게 일본제철이 위자료 총 8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확정했다. 대법원 2부는 12일 민씨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일본제철의 상고를 기각했다.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회사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씨는 스물한 살이던 1942년 2월 일본 이와테현 가마이시 제철소로 끌려가 약 5개월 동안 강제노동을 하다가 탈출했다. 이후 탄광 등을 전전한 그는 1945년 귀국했고 1989년 숨졌다. 자녀들은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1억원을 청구했지만, 2022년 2월 1심은 청구권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2024년 9월 2심은 이를 뒤집어 8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의 핵심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언제부터 계산할지였다. 민사상 청구권은 통상 불법행위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가 발생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권리 행사를 막은 객관적 장애가 해소되지 않았다면 그 장애가 사라진 때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대법원은 2012년 일본제철을 상대로 한 사건에서 배상청구권을 처음 인정했고, 2018년 10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일본 기업의 책임을 최종 확정했다.
2심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까지 피해자들이 사실상 권리를 행사하기 어려웠다고 보고 그해 10월을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으로 판단했다. 위자료는 가해행위의 불법성, 피해 당시 민씨의 나이와 노동 기간·강도, 피해 정도, 일본제철이 책임을 부정해 온 태도를 종합해 정했다. 대법원은 2023년 12월 같은 법리를 확인한 뒤 유사 사건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잇달아 인정했으며, 지난해 12월에도 고 정형팔씨 자녀 4명에게 총 1억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일본제철이 배상에 응하지 않아 실제 절차는 지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