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방공기지 인근 뚫린 해안 감시망
핵심 요약
중국인 남성 2명이 대만 북부 방공기지 인근 해안에 고무보트로 상륙한 뒤 엿새 만에 체포됐다. 레이더가 보트를 포착했지만 담당자가 해상 잡음으로 오인해 추적 대상에서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만 당국은 추가 입국자와 군사시설 정보 수집 가능성, 사건의 배후를 조사하고 있다.
중국 국적의 롼모씨와 위모씨가 지난달 23일 고무보트를 타고 대만 북부 신베이시 바리해변에 상륙한 뒤 엿새 만에 붙잡혔다. 상륙 지점은 타이베이항과 대만군 방공기지에 가까웠으며, 사건 발생 시점도 지난 5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한광훈련 직전이어서 단순 밀입국인지 방어체계 점검을 노린 침투인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해변에 이틀 동안 방치된 고무보트를 발견한 낚시꾼의 신고로 밀입국 사실이 드러났다. 대만 해순서는 해안 감시 영상과 해상 관측 자료를 분석해 지난달 30일 타오위안의 한 공원에서 두 사람을 체포했다. 이들은 푸젠성에서 낚시하러 출항했다가 길을 잃었다고 주장했지만 표류 경로와 중국산 휴대전화·대만달러를 소지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보트에서는 구명조끼 3개가 발견돼 추가 입국자 여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해안 감시 과정에서는 절차상 허점도 확인됐다. 레이더가 미확인 물체를 자동 추적했으나 담당자가 파도에 따른 해상 잡음으로 판단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추적 목록에서 삭제했다. 대만 해순서는 표준작업절차가 지켜지지 않아 밀입국을 차단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장중룽 해순서장은 감시 실패를 사과하고 관련자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인공지능 기반 감시 시스템과 무인기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중국인이 소형 선박으로 대만 북부 해안에 도착한 사례는 최근 2년여 사이 확인된 것만 세 번째다. 2024년 6월에는 중국 해군 출신이라고 주장한 롼팡융이 쾌속정으로 총통부에서 약 10㎞ 떨어진 단수이강 하구까지 진입했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인 부자가 고무보트로 타오위안 국제공항 인근 해변에 상륙한 뒤 자수했다. 대만 당국은 이번 사건의 정확한 동기와 배후를 규명하고 군사시설 정보 수집이나 회색지대 작전과의 연관성도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