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쪽방 주민 위한 전국 첫 중간주택, 폭염 속 새 보금자리로
핵심 요약
대구시가 전국 최초로 쪽방 주민을 위한 ‘무더위 안심주택’을 도입하고 1호 입주자가 탄생했다. 6평 원룸에 에어컨과 기본 가구를 갖추고 임대료·전기료를 지원하며, 장기 임대주택으로의 이전을 돕는 중간 주택 개념이다. 올해 5명이 추가 입주할 예정이지만, 구도심과의 거리와 지속 가능한 예산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원룸. 지난 21일 대구 전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낮 최고기온이 36도에 육박했지만, 이 방은 에어컨 덕분에 시원했다. 6평(21㎡) 조금 넘는 이 공간에서 만난 조상기씨(69)는 “샤워를 하고 싶을 때 하고, 화장실도 아무 때나 갈 수 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는 도심 외딴 골목의 2평(6.6㎡) 남짓한 여관방에서 20여 년간 지낸 쪽방 주민이었다.
조씨가 새로 터를 잡은 곳은 대구시가 쪽방 주민을 폭염과 추위에서 보호하고 자립을 돕기 위해 마련한 ‘무더위 안심주택’이다. 이는 원룸 보증금을 지원해 장기 임대주택 등 더 나은 주거지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하는 ‘중간 주택’ 개념으로,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지원 형태다. 대구시 ‘쪽방주민 주거상향사업’의 일환으로, 대구도시개발공사가 보유한 빈집을 활용하며 조씨가 1호 입주민이다. 올해는 동구와 남구 각 2곳, 서구 1곳 등 5곳(면적 21~29㎡)에 쪽방 주민 5명이 입주할 예정이다.
입주 대상은 장기간 쪽방촌에 머문 65세 이상, 만성질환자, 장애인을 우선 선정한다. 안심주택에는 TV, 에어컨 등 전자제품과 기본 가구가 갖춰져 있으며, 입주자들은 1년 6개월간 머물 수 있다. 대구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후원금 3100만원으로 물품을 구매했고, 여름철 4개월간 임대료와 전기료를 지원한다. 대구쪽방상담소를 운영하는 (사)자원봉사능력개발원은 보증금과 생활비 일부를 후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주거 환경 개선은 대구쪽방상담소와 반빈곤네트워크 등이 5~6년 전부터 임대주택 제공 같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조례를 개정해 쪽방생활인을 폭염취약계층에 포함하고 한시적 주거이전 비용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다만 현재 대구시가 확보한 임시주택 67곳 대부분이 쪽방 밀집지역인 구도심(중·북구 등)과 떨어져 있어, 무료급식소와 진료소 등 기존 생활 인프라를 이용하기 어려워 이주를 망설이는 주민이 적지 않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은 “주택 안정 공급과 예산 확보 등 현실적 문제가 적지 않다”며 “당장 구멍을 메우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대책이 되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임시주택에 머문 쪽방 주민들이 공공임대주택 등 더 나은 주거지로 옮겨갈 수 있게 생활 여건을 꼼꼼히 살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