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의 멈춘 붓, ‘최후의 만찬’을 빚다
핵심 요약
국제 왼손잡이의 날을 맞아 대표적 왼손잡이 예술가 다빈치의 작업 방식을 살폈다. ‘최후의 만찬’을 그리며 멈춰 있던 시간은 인물의 얼굴과 화면을 탐색하는 창작 과정이었다. 실험적 기법은 물감 박락을 불렀지만 섬세한 표정과 빛을 구현한 명작을 남겼다.
8월 13일 ‘국제 왼손잡이의 날’은 왼손잡이가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알리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미술사를 대표하는 왼손잡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는 ‘거울 글씨’를 즐겼고, 그의 드로잉에는 왼손으로 그을 때 나타나는 사선 필치가 뚜렷하다. 남들과 다른 시선과 다각도의 감각은 세상을 깊이 관찰하는 그의 작업 태도와 맞닿아 있었다.
다빈치는 1495년부터 1498년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 식당 벽에 ‘최후의 만찬’을 제작했다. 작업 도중 붓을 내려놓고 반나절씩 그림 앞에 서 있곤 했지만, 수도원장은 이를 게으름으로 여겨 벽화를 의뢰한 밀라노 통치자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작에게 작업을 재촉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래 멈춰 선 시간은 손을 놓은 공백이 아니라 인물과 화면을 구상하는 과정이었다.
공작의 부름을 받은 다빈치는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두 인물의 얼굴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신과 악을 상징하는 유다에게 어울리는 얼굴을 찾기가 어렵다며, 끝내 모델을 구하지 못하면 수도원장의 얼굴을 사용하겠다고 응수했다. 이 일화는 대상을 오래 관찰하고 충분히 사유한 뒤 화면에 옮겼던 다빈치의 창작 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젖은 회벽에 신속하게 색을 입혀야 하는 프레스코 대신, 마른 벽면에 템페라와 유채를 섞어 그리는 실험적인 방법을 택했다. 관찰과 수정을 이어갈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인물들의 미묘한 표정과 빛을 섬세하게 구현했지만, 물감은 완성 직후부터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500여 년 전 게으름으로 오해받았던 침묵의 시간은 치열한 관찰과 사유였고, 그 결실은 오늘날 불후의 명작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