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부담을 줄이는 집, 치매 친화 설계의 조건
핵심 요약
치매 친화 주택은 감각 자극과 일상 동작의 부담을 줄이도록 설계된 생활 공간이다. 소리·향기·색 대비·조명·가구 배치를 뇌의 노화 단계에 맞추는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됐다. 건강할 때부터 단순하고 익숙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실비아보 설계의 핵심이다.
치매 친화 주택은 의료시설이 아니라 인지 부담을 덜어주는 일상의 집에 가깝다. 1990년대 후반 어머니의 치매 진단을 계기로 실비아 왕비가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와 함께 만든 스웨덴의 ‘실비아보’가 대표적이다. 거울 덮개와 자동으로 꺼지는 주방 후드, 문턱 없는 욕실 등을 갖춰 입주자가 실수를 줄이고 익숙한 생활을 이어가도록 설계됐다.
중앙대 의대 핵의학과 손혜주 교수는 뇌의 노화 단계에 따라 소리와 냄새, 시각 정보를 조절할 것을 제안했다. 패브릭 벽면과 짧은 털 카펫 등으로 잔향을 0.8초 안에 줄이고, 중증 단계에서는 문틈을 막아 침실의 정적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아침과 저녁의 향을 구분하고 공간별 냄새를 이정표로 활용하되, 여러 인공 향이 뒤섞여 후각 부담을 키우지 않도록 동선도 살펴야 한다.
시각 환경은 물건과 무늬를 줄이는 데서 출발한다. 옷은 상의와 하의를 몸의 순서에 맞춰 배치하고, 중증 환자에게는 문 없는 행거에 다음 날 입을 한 벌만 걸어두는 방식이 권장된다. 바닥과 벽의 빛 반사율 차이는 30점 이상 두되 복도와 방 바닥은 비슷하게 맞춰 문턱으로 오인하지 않게 해야 한다. 따뜻하고 선명한 색을 활용하고, 환각과 공포를 부를 수 있는 소용돌이·구멍·사실적인 꽃무늬는 피하는 것이 핵심이다.
조명은 노년의 시야를 고려해 거실을 최대 700럭스 수준으로 밝히고, 간접 조명과 스탠드를 더해 그림자를 줄이는 처방이 제시됐다. 아침에는 5000K 이상의 흰빛, 저녁에는 3000K 이하의 주황빛을 활용하며 밤에는 작은 LED까지 차단한다. 터치패널 대신 대형 레버 스위치와 내림형 문손잡이, 냉·온수가 분리된 수도꼭지를 쓰면 손에 남은 절차 기억을 활용할 수 있다. 실비아보가 건강한 50대 중반부터 입주하도록 한 것도 치매가 오기 전부터 익숙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