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주택 구조가 가른 서울의 폭염 체감
핵심 요약
서울의 폭염 체감일 수가 주거지에 따라 10배 넘게 벌어졌다. 노후 단독주택 지역은 녹지가 많은 아파트 단지보다 열에 취약했다. 녹지 확충과 주거 개선, 바람길 확보를 결합한 대책이 요구된다.

서울 안에서도 주거지의 건물 형태와 녹지 규모에 따라 폭염 체감 정도가 크게 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7월 평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이었던 날은 상위 10개 동에서 평균 8.4일에 달했지만, 하위 10개 동은 0.8일에 그쳐 10배가 넘는 격차를 보였다. 체감온도가 높은 곳에는 노후 주택 밀집 지역과 도심 지역이, 낮은 곳에는 녹지가 많은 대단지 아파트 지역이 주로 포함됐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은 오래된 주택이 가파른 비탈을 따라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마을 초입에서 꼭대기로 이어지는 길에는 더위를 피할 그늘이나 공원이 마땅치 않았고,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한 주택 지붕 온도는 66도에 육박했다. 얇은 천장에 축적된 열이 저녁이면 실내로 내려와 숨쉬기조차 어렵다는 주민의 호소도 나왔다.
단독주택의 열 취약도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약 1.4배로 나타났다. 주택 주변 공터와 도로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여 낮 동안 쌓인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가 영향을 미쳤다. 반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단지는 곳곳에 조성된 녹지가 그늘을 만들고 열을 흡수해 노후 주택 밀집 지역보다 한층 시원했다. 아스팔트 위에서 올라오던 열기가 녹지에 들어서면 줄어든다는 주민 반응도 확인됐다.
폭염 대응에는 공공부지의 녹지를 늘리는 작업과 취약계층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대책이 함께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제거할 수 있는 담장을 줄이고 나무를 심어 바람이 이동할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거지 안에 갇힌 열기를 외부로 내보낼 수 있도록 공간 구조를 바꾸는 등 지역별 여건을 반영한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