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쟁의 기준 법제화에 위임 논란 확산
핵심 요약
노동부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노동쟁의 대상 기준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정하는 방안을 다시 검토한다. 법률 위임 없이 하위 법령으로 쟁의 범위를 좁히면 개정 노조법 및 헌법상 단체행동권과 충돌할 수 있다. 성과급과 공장 입지 등 경영상 결정의 배제 여부를 둘러싸고 입법권 침해와 위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개정 노동조합법의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행정해석이 아닌 법령으로 명확히 하라고 거듭 지시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포함한 기준 마련 방안을 재검토한다. 노동부는 법률에 별도 위임 규정이 없어 행정해석으로 세부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법적 구속력을 갖춘 규정을 요구받자 기존 방침을 바꾸게 됐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하위 법령을 포함한 여러 방안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쟁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며 기준 정비를 주문했고,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도 공장 입지와 같은 경영상 결정을 둘러싼 반대가 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재차 지시했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사안과 반도체 공장 이전 문제도 제외 사례로 제시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을 노동쟁의 대상에 새로 포함했다. 정부가 특정 사안을 쟁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을 하위 법령에 두면 국회가 넓힌 범위를 다시 축소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 헌법 제75조는 법률이 구체적으로 위임한 사항과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에 대통령령을 허용하지만, 법률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대법원 판례도 위임 없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바꾸거나 새로운 내용을 정할 수 없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노동쟁의 범위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하는 단체행동권과 직접 연결된다. 모법의 위임 없이 시행령으로 쟁의 대상을 제한할 경우 기본권 제한은 법률로 해야 한다는 원칙과 충돌할 수 있으며, 노동계도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은 근로조건이나 근로자 처우에 관한 사안이어서 관련 쟁의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검찰 수사 범위를 시행령으로 넓힌 조치를 ‘시행령 의존’이라고 비판했던 전력과의 정합성도 논란의 한 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