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범죄 피해 12.1%…침묵 속 커지는 사각지대
핵심 요약
66세 이상 노인의 12.1%가 최근 1년간 범죄 피해를 경험했다. 재산·폭력 범죄와 학대 가해자 상당수는 피해자가 알고 지내던 사람이었다. 신고율은 16.7%에 그쳐 보호 절차와 지역 연락망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66세 이상 노인 가운데 최근 1년간 범죄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2024년 기준 12.1%로 집계됐다. 재산 범죄가 10.4%로 가장 많았고 폭력 범죄 2.4%, 노인 학대 1.6%가 뒤를 이었다. 법무부 통계상 61세 이상 형법 범죄 피해자도 2014년 9만26명에서 2024년 16만2천710명으로 10년 사이 80% 넘게 늘었다.
임대주택에서 홀로 사는 72세 A씨는 2024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연애를 빙자한 사기로 9천400여만원을 잃었다. SNS에서 이성교제 플랫폼 광고를 접한 뒤 인근에 산다는 여성과 텔레그램으로 연락했고, 3만5천원으로 시작한 요구는 데이트 카드와 인증료, 신용점수 보완 비용을 거쳐 수백만원대 복구비로 불어났다. 뇌경색 편마비를 앓는 A씨는 전직 경찰인 동생에게 피해를 털어놓은 뒤 올해 5월 여성과 이른바 플랫폼 총감독을 고소했다.
가해자는 낯선 사람에 그치지 않았다. 재산 범죄 가해자의 78.4%는 피해자가 아는 사람이었고, 폭력 범죄 가해자는 전원이 지인이었다. 이 가운데 친구나 이웃처럼 가까운 사람은 47.9%였다. 노인 학대 가해자는 간병인이 55.1%로 가장 많았으며 배우자 17.3%, 친척 11.6%, 아들 7.8%, 딸 5.6%, 며느리 2.9% 순이었다. 독거노인 증가와 함께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가족 대신 간병인에게 의존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피해 사실을 경찰이나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 노인은 16.7%에 불과했다. 자녀에게 짐이 된다는 생각과 수치심 때문에 침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고, 요양원에서 간병인에게 폭행당해 얼굴에 피멍이 든 90세 노인도 며칠 동안 피해를 말하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노인 학대 등 사회적 약자 대상 7대 범죄를 모두 검사에게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경찰이 노인복지법상 학대로 보지 않으면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을 통한 개입·처벌·보호 절차 정비와 함께 고립을 줄일 이웃 연락망, 범죄 예방 교육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