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제공자 무료소송, ‘임금’ 아닌 ‘미수금’만 지원
핵심 요약
정부가 노무제공자의 미수금 회수를 위한 무료 법률구조 사업을 추진한다. 지원 대상이 체불임금이 아닌 미수금 청구로 한정된 제도 설계가 논란의 핵심이다. 임금체불과 미수금 반환을 함께 청구하도록 지원하는 보완 방안이 제시된다.
고용노동부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배달 라이더와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등 노무제공자의 미수금 회수를 돕는 무료 법률구조 사업을 추진한다. 소송비용 부담 없이 받지 못한 돈을 찾도록 지원하는 제도지만, 대상 채권을 체불임금이 아닌 미수금으로 규정한 설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임금으로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과 국가의 감독 의무가 발생하는 반면, 미수금은 계약 이행을 다투는 민사 채권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임금에는 정기·전액 지급 원칙과 최저임금,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퇴직금이 연결되며 체불임금 확인과 대지급금 절차도 이용할 수 있다. 미수금 소송에서는 당사자가 계약과 업무 수행, 지급 약속을 입증하고 승소한 뒤에도 상대방 재산을 찾아 강제집행해야 한다. 이번 지원은 법원의 근로자성 판단 자체를 구속하지 않지만, 무료 지원을 받으려면 임금체불이 아니라 용역대금 등 미수금 반환을 청구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가 연내 입법을 추진하는 ‘일하는사람 권리 기본법’과 ‘K-노동복지회의소’ 구상에도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노동부는 지난 8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미수금 회수와 성희롱·괴롭힘 구제, 노무제공자 휴가 활성화, 퇴직연금 사각지대 해소, 특화훈련 지원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배달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사용자 측의 상고 포기로 확정됐고, 보험모집인·택배기사·학원강사·헤어디자이너·화물트럭기사 관련 판결도 축적돼 있어 플랫폼·특수고용 종사자 모두를 노동법 밖에 둘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사소송에서는 임금체불을 주위적 청구로 제기하고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미수금 반환을 예비적으로 함께 청구할 수 있다. 정부 지원을 이런 병합 방식으로 설계하면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할 경우 임금 권리를 구제하고, 부정할 경우에도 미수금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수금 단일 청구만 지원하면 근로자성이 법정에서 다뤄질 기회와 관련 판례가 축적될 가능성이 줄어든다. 예산사업인 지원은 법정 권리와 달리 예산 삭감이나 사업 종료의 영향을 받는 만큼, 사용자 의무를 유지하면서 노무제공자의 청구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 보완이 쟁점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