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쟁의 범위, 시행령으로 좁힐 수 있나
핵심 요약
개정 노동조합법의 노동쟁의 범위를 하위 규범으로 축소할 수 있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헌법과 현행 노동조합법에는 시행령에 노동3권 제한을 맡긴 명시적 위임 규정이 없다. 권리 범위를 줄이려면 행정 기준이 아니라 법률 개정과 국회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노동쟁의 대상으로 인정한 범위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행정 지침으로 축소할 수 있는지를 두고 법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법상 경영 판단과 관련된 사안이나 영업이익·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성과 배분을 근로 조건에서 제외하자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법률의 명시적 위임 없이 노동3권의 행사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 제한에 법률상 근거를 요구하고, 제75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는 대상을 법률이 구체적으로 위임한 사항과 법률 집행에 필요한 사항으로 한정한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 해고, 근로자의 지위와 대우뿐 아니라 근로 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도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했다. 현행법에는 이를 시행령으로 다시 제한하도록 맡긴 위임 규정이 없다.
시행령은 법률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판단 요소와 절차를 구체화할 수 있지만, 법률이 설정한 권리의 경계를 독자적으로 변경할 수는 없다는 것이 이번 논쟁의 법적 배경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세무조정반 지정 대상에서 제외한 시행령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위 규범이 법률이 허용한 범위를 축소한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맞닿아 있다.
노동조합법 제1조가 제시한 산업 평화는 노동3권 보장과 노사 간 조정 절차를 두 축으로 삼는다. 성과급 산정에 기업의 이익 지표가 반영됐다는 이유만으로 근로 조건성을 일괄 배제하거나, 경영상 이해가 관련됐다는 사정만으로 교섭 대상을 제한할 법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시행령·시행규칙·지침을 통한 기준 정리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행정부가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는 수준을 넘어 권리 범위를 줄이려면 법률 개정과 국회 심의·표결을 거쳐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