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비와 이동 장벽에 갇힌 용인 취약 노인들
핵심 요약
용인시의 폭염 대책에도 취약 노인들은 냉방비와 이동 문제로 집에서 더위를 견디고 있다. 두 노인은 에어컨을 갖추고도 사용을 줄이며 선풍기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생활지원사의 돌봄이 식사와 안전을 지탱하고 있다.
용인시가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얼음생수 배부와 양산 대여, 무더위쉼터 운영에 나섰지만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노인들의 일상에는 빈틈이 남아 있다. 냉방비가 걱정돼 에어컨을 두고도 선풍기로 버티거나, 거동과 시력 문제로 쉼터까지 이동하지 못하는 에너지 취약계층이 폭염을 집 안에서 견디고 있다.
처인노인복지관 윤경미·권은서 생활지원사와 방문한 85세 김모 할머니의 반지하 집은 장판이 젖을 만큼 습기가 심했다. 복지관이 제습기와 에어컨, 온열 소파를 지원해 주거 여건은 나아졌지만, 허리를 다쳐 카트 등에 의지하는 김 할머니는 전기요금을 아끼려고 손님이 올 때나 하루 한두 차례 약 30분씩 에어컨을 켠다.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도 월 회비가 5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른 뒤 이용하지 않고 있다. 집에는 위급 상황에 대비한 응급안심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시각장애가 있는 88세 유모 할아버지의 집에서는 방문객을 맞으려고 선풍기 4대를 모두 돌렸지만 실내온도계가 27도를 가리켰다. 방에 에어컨이 있어도 평소에는 선풍기에 의지한다. 최근 배우자와 사별하고 시력까지 나빠져 혼자 외출하기 어려워졌고, 끼니를 거르며 쇠약해져 걷기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여러 대형병원에서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허기를 달래려 의존한 술이 소화기능 저하로 이어졌다는 설명을 뒤늦게 들었다.
생활지원사가 주 2회 찾아 반찬을 만들기 시작한 뒤 유 할아버지는 소화제 없이도 식사를 챙길 수 있게 됐고, 사별 직후 흘리던 눈물도 줄어 방문일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하거나 눈이 어두운 노인에게는 가까운 쉼터와 경로당도 큰 이동 장벽이다. 어렵게 도착해도 오래 머물지 못해 다시 더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활지원사들은 에어컨이 아예 없는 집도 있으며, 원룸보다 단독주택과 반지하에 사는 기초수급 노인들이 여름과 겨울을 더욱 힘겹게 보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