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귀환 어부 2명, 반세기 만에 간첩 누명 벗었다
핵심 요약
납북귀환 어부 고 이동근·김호섭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위법한 구금과 부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유족들은 판결 확정 뒤 형사보상과 국가배상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1960년대 북한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뒤 간첩으로 처벌받은 고 이동근·김호섭 씨가 50여 년 만에 무죄 판단을 받았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는 13일 두 사람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범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구금 상태에서 수사가 이뤄졌고, 당시 확보된 증거도 적법하게 수집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김씨는 각각 선장과 선원으로, 1964년 동해안에서 조업하다 북한에 납치된 뒤 풀려났다. 육군보안사령부는 1969년 2월 이들을 이른바 ‘동해안 지구 고정간첩단’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했고, 두 사람은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검찰은 지난 7월 열린 재심 첫 공판에서 당시 수사와 증거의 문제를 토대로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유족들은 장기간의 불법 구금과 고문으로 허위 자백이 만들어졌다며 2023년 6월 14일 재심을 청구했다. 심리가 늦어지자 지난 4월 춘천지법 앞에서 조속한 개시를 요구했고, 법원은 지난 5월 재심 절차를 열기로 결정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도 이 사건에서 국가기관의 불법 구금과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선고 직후 법원 앞에 선 유족들은 간첩 누명으로 가족 전체가 입은 피해와 오랜 세월 이어진 억울함을 호소했다. 변호인 측은 이번 무죄가 피고인과 유족의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면서도 재심 절차가 장기간 지연되고 재판부의 유감 표명이 없었던 점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족들은 판결이 확정되면 형사보상과 국가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변호인은 재심을 청구하지 못한 다른 공동 피고인들을 위해 검찰의 직권 재심을 촉구하는 진정서도 제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