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식 국호 공론화, 평화공존 시험대
핵심 요약
남북이 상대의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문제가 평화공존을 위한 공론 의제로 제기됐다. 1991년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는 공식 국호와 통일 지향을 함께 유지한 전례다. 공식 명칭 병기와 상호 국호 존중을 포함한 단계적 논의가 향후 과제로 떠올랐다.
남북이 상대의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방안이 평화공존을 위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조선’이라는 명칭을 부르는 문제를 국민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용어를 둘러싼 정쟁이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들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신중론을 폈다.
남측의 ‘북한’과 북측의 ‘남조선’은 상대를 한반도의 독립된 정치적 실체보다 자기 체제가 포괄해야 할 지역으로 보는 분단의 언어로 사용돼 왔다. 공식 국호 사용은 상대 체제나 핵무장을 승인하고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대화 상대를 그 명칭으로 호명하자는 제안이다. 이 경우 북측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존중하도록 상호성을 요구해야 한다는 원칙이 함께 제시된다.
남북은 1991년 각각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같은 해 남북기본합의서는 양측 관계를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관계로 규정하면서, 서명란에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정원식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무원 총리 연형묵의 직함과 국호를 함께 적었다. 공식 명칭과 남북관계의 특수성, 통일 지향을 병존시킨 전례다.
정부가 모든 문서와 일상어에서 ‘북한’을 즉시 없애는 방식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외교·남북관계 문서에 공식 국호를 병기하거나, 상호 국호 사용 원칙을 제안하고 ‘북한·북측·조선’이 지닌 역사적·법적 맥락을 공론화하는 단계적 접근도 제시됐다. 제주4·3평화기념관의 이름 없는 백비와 하귀리 영모원 사례는 서로 다른 사안이지만, 불편한 기억과 현실을 지우지 않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관계의 질서를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