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것’에서 권력으로, 평점 논란이 정치에 던진 질문
핵심 요약
영화 ‘호프’의 후한 별점을 둘러싼 논쟁이 해석자의 권력과 대중 감각의 간극을 드러냈다.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 방송인의 최근 언행도 과거의 비주류 정체성과 현재 영향력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기득권이 된 뒤에도 약자와 저항의 서사를 유지하는 정치적 관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부각됐다.
누적 관객 400만 명을 넘어선 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를 둘러싼 평점 논쟁이 문화 영역을 넘어 정치권의 ‘해석 권력’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별 다섯 개 가운데 네 개를 부여했으나, 실제 관람객 사이에서는 서사가 부족한 작품에 지나치게 후한 평가를 내렸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맥락보다 볼거리에 무게를 두면 ‘잘 만든 농촌 매드맥스’로 볼 수 있다는 반론도 맞섰다.
논쟁의 쟁점은 영향력 있는 해석자가 대중의 감각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로 확장됐다. 말과 글로 형상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데다 별점은 작품을 제한된 숫자로 압축해 왜곡과 오해를 낳을 수 있다. 대중적 영향력이 큰 평론가라면 평가를 둘러싼 반발도 감수해야 하지만, 과거의 생생한 감각이 기득권의 감각으로 바뀌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함께 나왔다.
정치 영역에서는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 방송인이 같은 질문의 대상이 됐다. 유 작가는 40대 국회의원 시절 흰색 바지를 입고 국회에 등원했고, 이듬해 중앙대 강연에서 60대가 되면 책임 있는 자리에 가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근에는 ‘어물전 썩은 내’, ‘필연적 실패’ 같은 거친 표현으로 비판받았다. 김 방송인은 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에게 낮은 당선 가능성을 거론하며 출마 이유를 물었고, 김 전 의장은 서울대에 못 간다고 공부하지 말아야 하느냐는 비유로 맞섰다.
날것의 감성은 관찰 대상과 대중을 공감으로 연결하고 스스로의 위선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그러나 한때 기존 질서와 거리를 뒀던 진보 성향의 해석 권력이 갈라치기와 음모론의 중심으로 변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여당 역시 민생에 대한 책임보다 야당 시절의 저항 서사를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보완수사권 폐지법 처리 과정은 권한에 따른 책임보다 스스로를 약자로 설정하는 정치적 관성이 드러난 사례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