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압력에 진주비늘치 성전환 2년 빨라져
핵심 요약
낚시가 활발한 해역의 진주비늘치는 보호구역 개체보다 작고 평균 2년 일찍 성전환했다. 큰 우두머리 수컷이 먼저 잡히면서 어린 암컷이 수컷의 빈자리를 채우는 현상이 확인됐다. DNA 분석에서는 어획 지역 개체의 스트레스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화학 표지 차이가 나타났다.

대서양과 지중해에 사는 진주비늘치가 낚시가 활발한 해역에서 더 작은 몸집으로 이른 성전환을 겪는 현상이 확인됐다. 해양보호구역과 인접 어업 지역 3곳을 비교한 연구에서 어획 활동은 개체의 유전 다양성을 낮추고, 암컷이 수컷으로 바뀌는 시점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논문은 지난달 23일 국제학술지 ‘왕립학회 비(B) 철학회보’에 실렸다.
보호구역 개체의 몸길이는 평균 17.4㎝였지만 어업구역에서는 평균 14.9㎝로 2.5㎝ 짧았다. 성전환 시점도 보호구역에서는 평균 4살이었던 반면 어업구역에서는 평균 2살로 앞당겨졌다. 진주비늘치는 움직이는 물체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습성이 있어 영역과 무리를 지키는 큰 수컷이 미끼 달린 낚싯바늘에 먼저 반응한다. 우두머리 수컷이 잡혀 사라지면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은 어린 암컷이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수컷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놀래기과 어종인 진주비늘치는 모두 암컷으로 태어나 일부만 성장 과정에서 수컷이 된다. 작은 시기에는 암컷으로 산란하고, 몸집이 커진 뒤에는 수컷으로 영역을 지키는 방식이 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는 암컷에게 보호와 질서를 제공하고 소수의 수컷에게 안정적인 짝짓기 기회를 준다. 용치놀래기와 파랑비늘돔 등 다른 놀래기과 어류도 같은 전략을 쓴다. 그러나 발레아스제도에서는 최근 인기가 높아지며 어획 압력이 커졌고, 9월 1일 조업 재개 뒤 일부 지역에서 며칠 만에 개체의 최대 60%가 잡히기도 한다.
진주비늘치 120마리의 지느러미 DNA를 비교한 후성유전 분석에서는 나이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화학 표지 약 300개가 발견됐다. 어획 지역과 보호구역 개체 사이에서는 에너지 이용과 신경세포 흥분성, 면역체계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서로 다른 표지가 나타났다. 우두머리 수컷의 부재로 생긴 스트레스가 이런 변화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암컷 시기가 짧아지면 몸집을 키워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시간이 줄고, 성전환 뒤에는 알을 낳을 기회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