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서도 비핵 원칙 ‘현재형’에 머문 다카이치
핵심 요약
다카이치 총리가 나가사키 추도식에서도 비핵 3원칙을 현재 상태로 설명하는 표현을 사용했다. 향후 유지 의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비판 속에 안보 문서 개정과 원칙 재검토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핵무기금지조약 회의 참석에는 확답하지 않았고 NPT 체제에서의 현실적 핵군축을 강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9일 나가사키 원폭 투하 81년 추도식에서 비핵 3원칙을 두고 사흘 전 히로시마에서 사용한 것과 같은 표현을 되풀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원식에서 일본이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가사키를 마지막 피폭지로 남기겠다는 다짐 아래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은 ‘견지하고 있다’는 현재 상태 중심의 문구에서 비롯됐다. 이전 총리들이 같은 기념식에서 사용한 ‘견지하면서’라는 표현은 원칙을 앞으로도 이어가겠다는 뜻이 비교적 분명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향후 유지 의지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제조·반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일본의 국시로 여겨져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2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재임 당시 유사시에는 미국 핵 탑재 함정의 기항을 위해 ‘반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예외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일본 정부가 올해 안에 개정을 추진하는 3대 안보 문서에 비핵 3원칙 재검토 내용이 포함될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다카이치 총리는 추도식 뒤 기자회견에서 오는 11월 핵무기금지조약 재검토 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할지에 대해 일본의 안보 확보와 핵군축의 실질적 진전에 효과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확답하지 않았다. 다만 이 조약을 핵무기 없는 세계로 향하는 출구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조약으로 평가했다. 일본은 미국의 핵우산을 고려해 핵무기 사용과 개발 등을 금지한 조약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핵보유국과 비보유국이 함께 참여하는 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시장은 핵무기를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비핵 3원칙 유지와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안보 정책으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핵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1945년 원자폭탄이 폭발한 오전 11시 2분에 맞춰 묵념이 진행됐으며, 98개국과 유럽연합 대표단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