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의 경계에서 다시 자라난 이야기
핵심 요약
‘시로 읽는 오늘’이 한연희 시인의 ‘손고사리의 손’을 소개한다. 작품은 끝의 경계에서 흙에 묻은 손을 통해 다시 자라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재는 매주 한국시 두 편과 추천 글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가 기획한 연재 ‘시로 읽는 오늘’이 한연희 시인의 ‘손고사리의 손’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고, 작품을 바라보는 추천 글을 함께 싣는 기획이다. 이번 작품에는 모든 것이 끝난 듯한 경계에서 다시 이야기를 키워 내는 내면의 움직임이 담겼다.
시 속 화자는 끝이 난 지점에 놓인 경계선을 마주한 뒤, 축축해진 손을 흙에 묻는다. 그러자 멈춘 듯했던 자리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한꺼번에 자라나고, 미토콘드리아는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며 움직인다. 끝났지만 끝나지 않을 숲처럼 고사리가 무성하게 솟고, 화자는 주렁주렁 열린 손을 뽑아 누군가 그 이야기를 단단히 붙잡아 주기를 바란다.
연정모 시인은 추천 글에서 여름을 뜨겁고 축축한 두 이미지로 나눠 작품을 읽는다. 넓은 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지는 양지의 무성함과, 비 내리는 숲이 이끼와 버섯으로 뒤덮이는 음지의 무성함은 서로 다른 감각을 드러내지만 모두 필요한 풍경으로 제시된다. 흙에 묻은 손에서 자라난 이야기는 완결을 넘어 혼자 태어나고 거침없이 나아가는 생명력으로 해석된다.
한연희 시인은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폭설이었다 그다음은’과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을 펴냈다. ‘손고사리의 손’은 2023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에 수록됐다. 이번 연재는 시의 힘 있는 언어로 독자의 내면을 다지고, 다양한 작품을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넓혀 가겠다는 취지를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