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이민 구금, 47년 미국 삶 접은 김씨
핵심 요약
김충식씨가 ICE 시설에서 18개월간 구금된 뒤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추방 명령이 취소됐지만 이민 당국의 항소로 석방은 9개월 더 늦어졌다. 단속 확대와 사건 적체 속에 범죄 기록이 없는 이민자와 한인 사회도 구금 위험에 놓였다.
열 살이던 1979년 어머니와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김충식(57·가명)씨가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시설에서 18개월을 보낸 뒤 지난 5월 풀려났다. 2024년 11월 추방 대상자로 체포된 그는 2025년 8월 이민법원에서 추방 명령 취소 결정을 받았지만, 이민 당국의 항소로 9개월을 더 구금됐다. 40년 넘게 생활한 미국을 떠나기로 한 그는 기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씨는 어머니의 이혼 뒤 모친 성인 ‘성’을 사용했으나 이를 증명할 서류를 잃어 1991년 시민권 신청이 기각됐고, 이후 영주권자로 살았다. 일정한 직업이 없던 그는 도박 빚에서 비롯된 사기 혐의를 계기로 체포됐다. 캘리포니아시티 구금시설에서는 냄새가 나는 물을 억지로 마셔야 했고, 진료를 신청해도 의료진을 만나려면 최소 열흘을 기다려야 했다. 의사를 직접 본 적은 없으며 약은 사실상 타이레놀뿐이었다.
시설 내 소란이나 약물 적발 때 내려지는 봉쇄 조치도 구금 생활을 악화시켰다. 봉쇄가 시작되면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방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화장실 이용마저 제한됐다. 김씨는 침대 곁에서 용변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살인이나 성폭력 등 중범죄자를 우선해 온 단속 범위는 최근 범죄 전력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에게까지 넓어졌으며, 올해 4월 기준 구금자의 70%는 범죄 기록이 없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 단속 속에 미국 내 한인 약 200만 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 300명이 체포됐고, 올해 5월 기준 미국 이민 사건 적체는 324만 건에 달한다. 심리가 진행 중인 한국 국적자는 729명이다. 올해 7월 중순까지 ICE 구금시설 사망자는 22명으로 집계됐다. 변호사를 선임할 돈과 소송을 견딜 자신이 없었다는 김씨는 기약 없는 구금에서 살아 나갈 희망을 찾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