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의 물방울, 기억과 시간을 잇다
핵심 요약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개관 10주년 기념 전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작가의 삶을 조명한다. 김창열은 파리 외곽 팔레조에서 가족을 이루고 물방울을 독자적인 회화 언어로 발전시켰다. 물방울 작업은 신문지와 천자문을 결합한 ‘회귀’ 연작으로 확장돼 시간과 기억을 연결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이 김창열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기념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제주 한림읍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자리한 미술관은 뜨거운 7월 날씨에도 관람객들로 활기를 띠었다.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생애와 물방울 회화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함께 상영됐다.
김창열은 1969년 뉴욕을 떠나 파리로 향한 뒤 외곽 도시 팔레조에 정착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품었던 화가의 꿈을 이어갔지만 타국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평생의 반려자 마르틴을 만나 가족을 이뤘다. 다큐멘터리에 담긴 마르틴의 독백과 아들 김오안의 목소리는 예술가의 고독과 가족을 향한 사랑, 자신만의 회화를 찾아 헤맨 시간을 드러낸다.
물방울 회화는 캔버스에 우연히 튄 작은 물방울을 발견한 데서 출발했다. 김창열은 그 안에서 빛과 공간, 침묵을 포착했고 물방울을 자신의 내면을 담는 회화적 언어로 발전시켰다. 1970년대 초 작품은 오늘날 널리 알려진 투명하고 영롱한 물방울과 달리 형태가 독특하고 표현도 실험적이었다. 그는 표현 방법에 머물지 않고 물방울을 그려야 하는 이유와 그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했다.
실험이 깊어지면서 신문지와 천자문도 화면에 들어왔다. 하루의 사건과 삶이 쌓이는 신문지 위에 물방울을 배치해 시간과 기억, 배경과 형상의 관계를 살폈고, 마침내 세 소재가 만나는 ‘회귀’ 연작으로 확장했다. 오래된 기억과 정신적 유산을 품은 천자문, 현재의 시간을 담은 신문지, 그 사이에 맺힌 물방울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김창열이 평생 응시한 물방울은 존재와 소멸을 지나 비움과 평화로 향하는 예술 언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