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가 넓힌 ‘모두의 미술관’과 한국 미술의 길
핵심 요약
김성희 관장은 관람객 346만 명과 100억 원 이상의 추가 예산 확보를 이끌었다. 백남준의 권유로 쌓은 해외 경험은 국내 비영리 대안공간과 젊은 작가 지원 활동의 밑바탕이 됐다. 연말 퇴임 후에는 캔 파운데이션에서 젊은 작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비영리 대안공간에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미술관의 수장에 오른 큐레이터다. 취임 후 ‘모두의 미술관’을 내걸고 전시 설명과 해설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결과 지난해 관람객이 346만 명을 넘어섰다. 재임 중에는 100억 원 이상의 추가 예산을 확보하고 기업·재단과 협력해 제임스 터렐 등 세계적 작가의 작품도 확보했다.
김 관장의 진로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 인물은 고 백남준 작가였다.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큐레이터로 일하던 김 관장에게 백 작가는 서구 현대미술을 현장에서 경험할 것을 권하며 직접 추천서를 써줬다. 첫 아이를 유산한 직후 장기 유학이 어려웠던 그는 뉴욕현대미술관과 디아 파운데이션에서 인턴으로 일했고, 세계 미술계의 흐름과 비영리 예술 지원 체계를 익혔다. 이 경험은 귀국 후 사루비아다방 설립과 젊은 작가 지원 활동으로 이어졌다.
미술을 향한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쌓였다. 예체능 교육이 흔하지 않던 때에도 어머니는 삼남매가 무용과 피아노, 그림을 배우며 소질을 찾도록 했고, 김 관장은 화가가 된 언니의 영향을 받아 미술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큐레이터에게 학벌보다 작품을 많이 보고 안목을 검증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작가의 의도와 작품을 이해하고 전시 이유를 관람객이 공감하도록 설명하는 소통 능력도 핵심 자질로 꼽았다.
김 관장은 여성의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작가·작품·관람객을 연결하는 데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모두 여성이고 지난해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도 전원 여성이라는 점에서 미술계의 변화를 확인했다. 해외 학자와 큐레이터를 초청하는 리서치 펠로십,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과의 협력을 추진한 그는 지금을 한국 미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전략적으로 키울 시기로 판단했다. 연말 퇴임 뒤에는 캔 파운데이션을 통해 젊은 작가 지원에 다시 힘을 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