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이 넓힌 한국 전자음악의 지평
핵심 요약
김명곤은 ‘한동안 뜸했었지’에서 신시사이저를 리듬 섹션에 활용하며 전자 악기의 쓰임을 넓혔다. 그는 ‘빙글빙글’과 ‘그대 나를 보면’ 등 1980년대 가요 편곡을 통해 전자음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한국 전자음악에는 더 이른 사례가 존재하지만 김명곤의 선구적 업적은 펑크와 편곡의 영역을 넘어선다.
1978년 발표된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는 한국 펑크의 선구적 작품인 동시에 초기 전자음악의 흐름을 보여주는 곡이다. 당시 건반을 맡았던 김명곤은 신시사이저를 독특한 리드 선율을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리듬 섹션에 적극 배치했다. 전자 악기의 쓰임을 넓힌 그의 시도는 이후 1980년대 가요 편곡에서도 뚜렷하게 이어졌다.
사랑과 평화를 떠난 뒤 김명곤은 수많은 히트곡을 편곡하며 신시사이저의 대중화에 힘을 보탰다. 나미의 ‘빙글빙글’은 흥겨운 리듬과 중독성 있는 멜로디뿐 아니라 전자음이 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드러진다. 이영훈이 작곡하고 김명곤이 편곡한 이문세의 ‘그대 나를 보면’도 기존 발라드 문법보다 신스 팝의 성격이 선명해 전자음악을 향한 그의 애정을 드러낸다.
1970년대 신시사이저의 대중화는 세계 대중음악의 소리를 크게 바꿨다. 록 밴드는 피아노와 오르간의 자리를 전자 악기로 대체해 우주적인 음색과 새로운 주법을 선보였고, 전위적인 음악가들은 시퀀서로 기계적인 무한 반복의 몽환을 실험했다. 소울과 펑크에서도 스티비 원더, 허비 행콕, 팔리아먼트가 다양한 전자 악기 주법을 발전시켰다. 특히 무그 신시사이저는 묵직한 저음과 통통 튀는 리듬감으로 흑인 댄스 음악의 변화를 이끌었다.
‘한동안 뜸했었지’가 한국 최초의 전자음악인 것은 아니다. 1975년 나온 송창식의 ‘새는’에는 후주에 신시사이저 독주가 담겼고, 이장희와 동방의빛이 음악을 맡은 영화 ‘별들의 고향’ 사운드트랙과 그보다 앞선 여러 트로트 연주 음반에서도 전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김명곤의 자리는 전설적인 편곡자나 한국 펑크의 선구자라는 평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자음악에서도 시대를 앞선 그는 2001년 49세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