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못 따라간 저수지 설계, 남부 가뭄 비상
핵심 요약
폭염과 강수 부족이 겹치며 남부 지방에서 돌발가뭄이 확산하고 있다.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의 99.6%는 10년 빈도 가뭄에 맞춰 설계됐다.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댐과 저수지 기준을 최근 기후에 맞게 정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폭염과 강수 부족이 겹친 남부 지방에서 단기간에 물이 고갈되는 돌발가뭄이 확산하고 있다. 11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주남저수지는 갈라진 바닥과 연꽃 뿌리, 어망이 드러날 만큼 말라 있었다. 지난달 북창원 관측 지점의 강수량은 역대 최소인 59.1㎜, 평균기온은 역대 최고인 28.9도를 기록했다. 마룡마을 주민들은 열흘 안에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벼와 단감 농사가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 3422곳 중 3408곳, 99.6%는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가뭄을 견디는 기준으로 설계됐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1만3000여 곳은 대부분 3년 안팎 빈도의 가뭄에 대응하는 수준이다. 전국에서 가뭄 단계에 들어간 댐 8곳도 모두 남부에 있다. 운문댐은 ‘심각’, 섬진강댐과 밀양댐은 ‘경계’, 성덕·안동·임하·영천·동복댐은 ‘주의’ 단계다.
과거에는 10년 빈도의 가뭄이 심각한 재해로 여겨졌지만 기후변화로 20년 또는 50년 빈도에 해당하는 강한 가뭄이 잦아지고 있다. 비가 적은 상황에서 이상 고온까지 이어지면 낮에는 강한 햇볕과 낮은 습도가 증발을 키우고, 밤에도 지표가 충분히 식지 않아 수분 손실이 계속된다. 여름철 폭염으로 증발량이 늘어나는 ‘폭염형 급성가뭄’이 뚜렷해졌지만 기존 수자원 시설의 설계 기준은 이런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창원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낙동강 물을 하루 5만t 이상 주남저수지로 보내 저수율 40%가량을 유지하고 있으나, 폭염 때는 하루 최대 1만4000t이 증발한다. 전남 영광군은 관계 기관 및 군부대와 연락 체계를 갖추고 취약 농경지와 도서산간 지역에 비상 급수 차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달 1∼10일 전국 평균기온은 29.1도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고 강수량은 평년의 7.3%인 10.1㎜에 그쳤다. 비 부족이 9월까지 계속되면 가뭄 강도가 20년 빈도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어 최근 기상 자료를 반영한 댐과 저수지 기준 재정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