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8곳, 개인정보 보험 최저액만 가입
핵심 요약
보험 가입 기업의 약 80%가 법정 최저금액에 맞춰 계약했다. 최대 보험금 10억원과 가입 의무 미이행에 대한 제재 실효성에 한계가 드러났다. 보험금 기준과 가입 대상 관리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해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한 기업 가운데 약 80%가 법정 최저가입금액에 맞춰 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보다 높은 보장액을 선택한 기업은 20%가량에 그쳤다. 대규모 해킹 사고의 피해 보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현행 보험금 하한선으로는 실질적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개인정보 처리자에게 보험·공제 가입이나 준비금 적립을 요구한다. 최저가입금액은 정보주체 수와 매출액을 조합한 9개 구간으로 나뉘며 5000만원부터 10억원까지다. 가장 높은 10억원 구간도 정보주체가 100만명이라면 단순 계산상 1인당 보험금은 1000원에 불과하다. 개인정보위 분쟁조정위는 지난해 11월 SK텔레콤에 피해자 1인당 30만원 배상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회사가 거부했다. 전체 피해자가 약 2300만명으로, 모두에게 적용하면 배상액은 약 6조9000억원에 달할 수 있었다.
유출된 정보가 명의도용이나 금융사기로 이어지고 집단 손해배상 소송으로 번질 수 있어 현행 최대 보험금 10억원은 충분한 보상 재원이 되기 어렵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사고 이후 가입금액을 1000억원으로 높였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보주체 1000만명 이상 구간을 신설하고, 매출액 10조원 초과 기업의 최소 가입액을 1000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장금액이 10배 늘어도 보험료가 같은 비율로 오르지는 않는다며 실질적 배상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고도 따르지 않으면 법에 따라 3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위는 가입 대상 파악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실제 처분한 사례가 없다. 지난해 3월에는 의무가입 대상을 매출액 1500억원 이상, 정보주체 100만명 이상으로 축소하는 개선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었다. 손해보험협회는 대상 축소가 중소기업의 보험 의무를 없애 피해자 보호를 어렵게 한다며, 대상 파악 문제는 시스템과 절차를 마련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