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격차 좁히는 중국, 한국은 규제에 발 묶여
핵심 요약
CXMT발 주가 급락에도 한중 반도체 기술 격차는 2~3년가량 유지되고 있다. 중국은 국가 소유 구조와 관료 조직의 속도를 앞세워 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착공 지연과 노동·안전 관련 제도 부담이 경쟁력의 약한 고리로 지목된다.
중국 메모리 업체 CXMT를 둘러싼 우려로 반도체 주가가 급락했지만, 이틀간 이어진 투매는 기술 격차에 비해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XMT는 한국 기업보다 2~3년 뒤처져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등 고사양 제품에 집중하는 동안 저사양 시장을 넓힌 단계다. 하이닉스 ADR 등에 투자한 아셴브레너의 펀드가 큰 손실을 본 영향도 주가 하락 요인으로 거론됐다.
중국의 추격을 뒷받침하는 핵심은 국가 주도의 신속한 의사결정이다. CXMT는 허페이시 국유자본이, YMTC는 국가빅펀드와 후베이성이 지분을 보유해 사실상 국가 소유 구조를 갖췄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민간 기업이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중국 관료들이 분명한 목표 아래 한 자리를 오래 지키며 전문성과 집요함을 축적한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쓰촨 공장은 착공까지 6개월이 걸렸지만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는 발표 후 첫 삽을 뜨는 데 73개월이 소요됐다.
국가 주도 기업이 세계 정상에 오른 사례는 드물다. 소련의 계획경제는 막을 내렸고 일본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엘피다는 파산했으며,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던 칭화유니그룹도 무너졌다. 다만 애쓰모글루 등이 2006년 발표한 논문은 모방이 필요한 후발 단계에서는 정부 주도가, 혁신이 중요한 선도 단계에서는 민간 경영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추격자인 중국에는 관 주도 체제가 속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CXMT는 삼성전자 등의 임직원을 통해 핵심 기술을 유출한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4월 한국 법원은 관련자들에게 징역 7년 등의 중형을 선고했고, 검찰은 단기 매출 손실을 5조원으로 추산했다. 중국 현장에서는 주 80시간 근무에도 추가 노동을 요구하지만 한국은 연구 업무에도 주 52시간 규제를 적용한다는 기업 관계자의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기업 부담에 더해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주 52시간 예외에 반대해, 기술 우위를 지킬 속도와 제도 환경이 한국 반도체 경쟁력의 쟁점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