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박인비·역사의 박세리, 두 전설의 무게
핵심 요약
박인비는 메이저 7승과 커리어 그랜드슬램, 세계 1위 106주로 한국 여자골프 최고 수준의 기록을 세웠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을 계기로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로 나아갈 길을 연 개척자로 남았다. 경기 성취에서는 박인비, 역사적 영향력에서는 박세리가 앞서 두 선수를 단일 기준으로 가리기 어렵다.
한국 여자골프의 최고 선수를 가리는 논쟁은 박세리와 박인비가 서로 다른 기준에서 독보적인 성취를 남겼다는 점에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박세리는 세계 무대의 문을 연 개척자로 평가받고, 박인비는 메이저 7승과 커리어 그랜드슬램, 세계 1위 106주로 경기력의 정점을 증명했다. 2026년 김효주와 유해란이 두각을 나타내는 가운데서도 중요한 이정표가 나올 때마다 두 전설의 이름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다.
박세리는 21세였던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우승하며 외환위기에 지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다. 선두에 한 타 뒤진 상황에서 벌타를 감수하는 대신 연못에 들어가 맨발로 공을 쳐낸 장면은 혹독한 훈련의 흔적이 드러난 발과 종아리의 대비와 함께 한국 스포츠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해 LPGA 4승과 한국인 최초 신인왕을 차지한 그는 2001년 여자 브리티시오픈, 2002년 LPGA 챔피언십 우승으로 24세에 메이저 4승을 완성했다. 2007년에는 자격 충족 뒤 투어 활동기간 규정에 따른 3년의 기다림을 거쳐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박인비는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주니어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2008년 19세 11개월로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이후 4년간의 부진으로 은퇴까지 고민했으나 남기협 코치를 만난 뒤 재도약했다. 2013년 한 시즌에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을 석권했고, 2015년 여자 브리티시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LPGA 통산 성적은 박세리가 25승과 메이저 5승, 박인비가 21승과 메이저 7승이다.
박인비는 한국인 최초 LPGA 올해의 선수, 2012·2013년 상금왕, 2016년 명예의 전당 입회에 이어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골프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대표팀 감독 박세리는 선수들의 식사를 직접 마련하며 우승을 도왔다. 은퇴 후 지도자와 사업가, 방송인으로 활동한 박세리와 달리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박인비는 공식 은퇴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는 2024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IOC 선수위원 도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객관적 기록은 박인비가 앞서지만, 한국 여자골프의 역사를 바꾼 영향력에서는 박세리의 무게가 크다는 평가가 맞서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