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속 ‘마자르’는 헝가리 엔지니어였다
핵심 요약
의열단을 지원한 헝가리 폭탄 전문가의 실체가 마자르 가보르로 확인됐다. 초모 모세 교수는 유럽과 아시아의 외교문서·경찰 조서 등 1차 사료를 교차 검증했다. 신간은 마자르의 생애와 한국 독립운동의 국제적 연대를 함께 조명한다.
일제강점기 김원봉과 의열단의 무장 독립운동을 도운 헝가리인 폭탄 전문가의 실체와 생애를 추적한 책이 나왔다. 주한 헝가리 대사를 지낸 초모 모세 헝가리 부다페스트 카롤리대 교수의 신간 ‘마자르 한국 독립운동사의 전설, 헝가리인 폭탄 전문가’가 10일 출간됐다. 책은 오랫동안 전설로 남았던 인물이 헝가리 엔지니어 마자르 가보르였음을 1차 사료를 통해 규명한다.
마자르는 1920년대 초 김원봉이 이끈 의열단 활동에 합류해 독립운동을 지원한 인물이다. 폭탄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300여 개의 폭탄을 조선에 밀반입하는 과정에 참여했으며, 1923년 1월 김상옥이 종로경찰서에 던진 폭탄도 그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문헌에는 1947년 한 애국주의 서적을 통해 소개됐고, 이후 구체적인 행적이 확인되지 않은 채 독립운동사의 전설적 조력자로 전해졌다.
자료마다 이름도 달랐다. 님 웨일스와 김산의 ‘아리랑의 노래’에는 ‘마르틴’, 박태원의 ‘약산과 의열단’에는 ‘마자알’, 정화암의 ‘이 조국 어디로 갈 것인가’에는 ‘마챌’로 기록됐다. 초모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전후 헝가리인과 한국인이 접촉했을 가능성이 큰 유라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헝가리 국립기록원에 남은 네덜란드·이탈리아·폴란드·중국·일본 외교문서와 신문기사, 경찰 조서, 개인 문헌을 교차 검증해 마자르 가보르의 존재를 확인했다.
초모 교수는 2008년 국립 엘테대에 헝가리 최초의 한국학과를 설치했고,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주한 헝가리 대사를 지냈다. 교수로 복귀한 뒤 마자르 연구에 집중해 광복 80주년인 지난해 실체를 찾아 연구논문을 발표했으며, 지난 5월 헝가리에서 먼저 책을 냈다. 신간은 마자르의 전 생애와 당시 중국에서 벌어진 일제의 행위를 복원하고, 전후 헝가리를 방문한 김원봉과 브라질에서 말년을 보낸 마자르의 삶도 함께 다룬다. 집문당에서 펴냈으며 180쪽, 가격은 1만8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