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조정기, 수익보다 분산 효과 살펴야
핵심 요약
중동 전쟁 이후에도 물가와 금리,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금값이 약세를 보였다.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는 장기적인 수급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금은 단기 수익보다 주식과 채권의 위험을 분산하는 자산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를 넘어선 금값이 중동 전쟁 이후 예상과 달리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정학적 충돌로 안전자산 수요가 늘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전쟁이 불러온 물가 상승 우려와 금리 오름세가 금의 투자 매력을 낮춘 결과다. 단기 가격만 보고 보유분을 서둘러 처분하기보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금이 맡은 역할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쟁으로 유조선의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히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원유와 연동된 원자재 비용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달러화 가치와 국채 금리가 함께 올랐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과 채권보다 상대적인 매력이 떨어진다.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다른 통화를 쓰는 투자자의 매수 부담도 커진다.
연초 금 시장은 사상 최고가 행진과 함께 실물 골드바 품귀가 나타날 만큼 과열된 모습을 보였다. 은행 창구가 예약 판매에 나설 정도로 수요가 몰렸고, 수익률도 나스닥지수와 비교해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값은 전쟁이라는 단일 변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와 금리, 달러 가치, 중앙은행의 매입 수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한 점도 단기적인 금값 부담으로 남아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수급을 뒷받침할 요인이다. 한국은행은 13년 만에 실물 금을 매입했고, 각국 중앙은행도 달러 자산 의존도를 낮추며 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약 243t으로 전 분기보다 17%가량 증가했다. 금은 단기 수익을 노린 베팅 수단보다 주식과 채권의 위험을 분산하는 자산에 가깝다. 증시 조정기에 금을 일부 팔아 가격이 낮아진 금융자산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에 대비하는 보험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