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사실주의 드라마 개척자 안판석 감독 별세
핵심 요약
안판석 감독이 폐암 치료와 뇌출혈 투병 끝에 12일 65세로 별세했다. ‘하얀거탑’부터 ‘밀회’, ‘봄밤’까지 현실에 밀착한 연출 세계를 구축했다. 촬영과 후반 작업을 마친 ENA ‘연애박사’가 오는 10월 유작으로 공개된다.
‘하얀거탑’과 ‘밀회’ 등으로 한국 드라마 연출의 한 축을 세운 안판석 감독이 12일 오후 6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지난해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이어가던 중 최근 뇌출혈로 쓰러졌으며, 투병 끝에 이날 건강 상태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1961년생인 고인은 세종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 MBC 드라마본부 프로듀서로 입사했다. ‘전원일기’ 등의 조연출을 거쳐 단막극 ‘사랑의 인사’로 연출을 시작했고, ‘짝’, ‘장미와 콩나물’, ‘아줌마’, ‘현정아 사랑해’를 잇달아 선보였다. 2003년 MBC를 떠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흥부네 박터졌네’를 연출했고, 2006년 영화 ‘국경의 남쪽’으로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2007년 공개된 ‘하얀거탑’은 대학병원의 권력 투쟁과 의사들의 인간적인 면모, 생명을 둘러싼 긴박한 현장을 정면으로 다루며 고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참고해 현실의 세부를 치밀하게 구현한 연출 방식은 이후 작품의 뚜렷한 특징이 됐다. 정성주 작가와 함께한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인간의 욕망과 중상류층의 위선을 파고들었고, ‘밀회’에서는 김희애와 유아인의 긴장감을 절제된 화면에 담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와 ‘봄밤’에서는 일상에 밀착한 멜로를 구축해 ‘안판석표 멜로’라는 평가를 얻었으며, 정해인과 한지민을 비롯한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를 이끌었다. 길해연, 장현성, 오만석 등 연극·영화 무대의 배우들을 꾸준히 기용한 점도 그의 작품 세계를 구성했다. ‘졸업’과 이제훈 주연의 ‘협상의 기술’까지 약 40년간 활동한 고인의 유작은 오는 10월 첫 방송을 앞둔 ENA ‘연애박사’다. 추영우와 김소현이 주연한 이 작품은 촬영과 편집 등 후반 작업까지 투병 전에 마쳤으며, 제작진은 유가족이 조용히 작별할 수 있도록 장례 절차를 비공개로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