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속 곰이 비춘 마음의 짐
핵심 요약
《곰과 수레》는 쌓아 올린 짐 때문에 땅만 보게 된 곰의 모습을 통해 삶에서 놓지 못한 부담을 비춘다. 김영아 소장은 딸의 고통을 계기로 국문학에서 상담심리학으로 진로를 바꾸고 그림책을 활용한 마음 연구를 시작했다. 독서치유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매개로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앙드레 프리장의 그림책 《곰과 수레》는 길에서 발견한 물건을 빈 수레에 계속 담는 곰의 모습을 그린다. 짐이 늘어날수록 곰의 허리는 굽고,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도 땅으로 향한다. 나무 위 종달새가 쓰러지는 나무를 경고하자 곰은 고개를 든다. 수레는 나무에 깔려 부서지지만 곰은 목숨을 건진다. 작품은 수레에 담긴 물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굽은 등과 망가진 수레만 보여준다.
김영아 그림책심리성장연구소장에게 공부는 어린 시절의 상처를 막아주는 갑옷이었다. 외모로 조롱받고 초등학생 때 달리는 기차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그는 공부를 잘하면 무시당하지 않는다는 경험을 붙들었다. 이후 논술 강사로 자리 잡은 김 소장은 자신을 지켜준 공부를 어린 딸에게도 요구했다. 일곱 살 딸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정신과 치료가 필요해지자, 딸을 사랑해야 할 자녀가 아니라 관리할 학생처럼 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딸과의 일을 계기로 김 소장의 진로는 국문학에서 상담심리학으로 바뀌었다. 그는 글과 그림이 닫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연구했다. 힘든 일을 직접 물으면 침묵하던 사람도 그림 속 곰이 힘들어 보이는 이유를 이야기하다가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김 소장은 상처를 곧바로 건드리지 않고 그림과 이야기를 거쳐 마음에 닿는 방식을 당구의 ‘3쿠션’에 빗댔다. 같은 장면에서도 사람들은 부모와 직장, 오래전의 자기 모습을 각각 발견한다.
책과 등장인물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새로운 관점을 얻는 과정은 독서치료 또는 독서치유로 불린다. 어른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자기 마음도 잘 안다고 여기지만, 굳은 어깨와 가쁜 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슬픔과 욕구를 잊기도 한다. 그림책 속 수레는 오래된 후회와 인정 욕구, 자녀에 대한 기대, 놓지 못한 직함과 체면을 돌아보게 한다. 두꺼운 심리학 책보다 얇은 그림책 한 권이 먼저 시선을 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곰의 이야기는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