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의 끝에서 드러난 오디세우스의 변화
핵심 요약
약 20년 만에 귀향한 오디세우스를 가장 먼저 알아본 존재는 늙은 사냥개 아르고스였다. 오디세우스는 정체를 감춘 채 눈물을 삼켰고, 주인의 귀환을 확인한 아르고스는 눈을 감았다. 두 존재의 재회는 오만했던 영웅이 시련을 거쳐 신중한 인간으로 변한 과정을 보여준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화려한 모험보다 오디세우스와 늙은 사냥개 아르고스의 재회가 작품의 핵심 장면으로 주목된다. 약 20년 만에 고향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존재는 아내 페넬로페도 옛 지인도 아닌,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린 노견이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온 왕궁은 페넬로페와 결혼하고 해상 무역의 요충지 이타카를 차지하려는 구혼자들에게 장악돼 있었다. 그는 아테나의 조언을 받아 거렁뱅이로 변장한 채 상황을 살폈다. 벼룩이 들끓고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르고스는 목소리와 체취로 주인을 알아채 귀를 세우고 꼬리를 흔들었다. 오디세우스는 정체를 감춘 채 눈물을 훔쳤고, 귀환을 확인한 아르고스는 그제야 눈을 감았다.
트로이 전쟁을 목마 계략으로 끝낸 오디세우스는 승리 뒤 신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않았고, 귀향길에는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를 속여 위기를 벗어난 뒤 자신의 이름을 떠벌렸다. 키클롭스의 아버지인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그의 오만에 분노해 귀향을 가로막았다. 괴물과 신을 상대하는 영웅담은 이처럼 겸손과 감사를 잃은 인간이 풍파를 거쳐 가족에게 돌아가는 성장의 여정으로도 읽힌다.
아르고스와의 재회는 미술 작품에도 반복해 등장했다. 19세기 말 영국의 아카데믹 화가이자 동물 묘사로 알려진 브리튼 리비에르는 넝마를 입고 고개를 숙인 오디세우스와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쇠약한 아르고스가 눈빛을 나누는 순간을 그렸다. 한때 충동과 자만으로 불행을 자초했던 젊은 왕은 가장 아끼던 존재 앞에서도 감정을 누르고 침묵함으로써 왕좌를 되찾는 일에 집중한다. 노견과의 짧은 만남은 시련이 그를 얼마나 신중한 인간으로 바꿨는지를 압축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