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적응 위험 신호 방치…법원, 국가 책임 인정
핵심 요약
정신과 검사에서 자살 우려 판정을 받은 병사를 보호하지 못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법원은 부대의 신상 관리 소홀과 병사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모에게 국가배상법 시행령 기준보다 많은 1인당 10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군 복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정신과 진료와 심리검사에서 자살 우려가 확인된 병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이효진 판사는 지난달 22일 숨진 ㄱ씨의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6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부모에게 각각 10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ㄱ씨는 2021년 6월 육군에 입대한 뒤 ‘배려 용사’로 지정됐고, 보직이 바뀐 이후에도 실수가 이어져 선임들의 지속적인 질책을 받았다. 대대 건강상담을 거쳐 받은 심리검사에서는 ‘자살 우려(주의)’ 판정이 나왔지만 근무 편성을 조정하는 등의 보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포대장 면담에서 요청한 부모와의 연락도 상급자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같은 해 10월 ㄱ씨는 대대장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도움 용사’로 지정됐으나 대대장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신상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심한 질책까지 받은 ㄱ씨는 며칠 뒤 생활관에서 숨졌고, 당시 나이는 21살이었다. 재판부는 부대 책임자들의 관리 소홀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 피해자의 부모에게 각각 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국가배상법 시행령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정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금액이 2000년 증액된 뒤 26년 동안 유지돼 조항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1인당 1000만원을 인정했다. 우울감 등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