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AI, 생산성 지표·검증 인력이 관건
핵심 요약
국책은행의 AI 활용 성과를 생산성·비용 개선 중심으로 측정할 체계가 필요하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평가 지표를 운용하고 있지만 수출입은행은 아직 성과 체계를 마련하지 못했다. 외부업체와 협업하더라도 신용정보와 보안 위험을 검증·관리할 내부 전문인력이 요구된다.
국책은행의 인공지능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도입 규모보다 실질적인 생산성 개선을 확인할 성과 측정 체계와 내부 전문인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권 AI가 대고객 서비스보다 내부 업무 자동화에 집중된 탓에 예산과 투입 인력, 서비스 건수만으로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알리오에 공개한 운영성과도 이용자 수와 질의·처리 건수 등 활동량 지표가 대부분이었고, 업무시간이나 심사기간 단축 및 비용 효율성 개선을 보여주는 지표는 찾기 어려웠다.
세 은행의 내부 평가 체계는 서로 다른 단계에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경영실적 평가기준에 ‘AX/DX’ 항목을 새로 마련해 부서별 AI 전환 수준을 정량 평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원부서 경영평가에 AI·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업무 절차 개선 실적을 반영 중이다. 최근 AI 시스템 구축에 착수한 수출입은행에는 아직 별도의 성과 체계가 없다. 한국은행이 6월 내놓은 이슈노트에서는 생성형 AI 사용으로 업무시간이 평균 3.8% 줄었지만 절감된 시간이 실제 업무처리량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과를 제대로 가리려면 활용 건수나 시간 절감에 머물지 않고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비용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적 제약 때문에 은행의 AI가 내부 자동화에 주로 쓰여 외부에서 성과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업무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 등 실질적인 변화를 측정할 지표를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사용량 증가와 실제 업무 효율 향상을 구분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AI 전환의 다음 단계로 꼽힌다.
외부 시스템통합 업체를 활용한 뒤 운영을 책임질 내부 인력도 필요하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자체 AI 구축 후 데이터 관리·보안, 시스템 운영·유지보수를 내부 인력이 주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플랫폼 구축 과정에서 기획과 총괄을 내부가 맡고 개발은 외부업체가 수행한다. 그러나 신용정보 관리와 보안, 시스템 안정성의 최종 책임은 은행에 남는다. 기업 자료를 방대하게 보유한 국책은행에서 업체의 기술력과 보안 수준을 검증할 인력이 부족하면 외부 의존이 장기화하고 사고 대응이 늦어질 수 있어, 유출 위험을 관리할 전문인력 육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