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식 비중 확대, 급락장 대응력 약화
핵심 요약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5월 말 29.4%로 올라 당초 목표치의 두 배 수준에 도달했다. 리밸런싱 유예와 한도 확대로 차익 실현이 늦어졌고, 증시 하락 뒤 국내 주식 평가액은 약 142조원 감소한 것으로 계산됐다. 운용 원칙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와 기금 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이 지난 5월 말 29.4%까지 올라 올해 당초 목표치 14.9%의 두 배 수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코스피가 111% 급등하는 동안 매도를 미루고 운용 한도까지 넓힌 탓에 차익 실현 기회와 시장 과열을 완충할 여력을 함께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금 평가액 1848조7000억원 가운데 국내 주식은 543조6350억원으로, 2월 말보다 비중이 4.5%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연금은 대규모 매도가 증시에 줄 충격 등을 고려해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이어 5월 말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이고 중장기 이탈 범위인 전략적자산배분 허용 폭도 확대했다. 단기 조정 범위는 ±2%포인트로 유지됐다. 시장이 추정한 최대 보유 한도는 28.8%였지만 실제 비중은 이를 웃돌았다. 이후 코스피가 5월 29일 8476.15에서 이달 7일 6258.77로 하락하면서 국내 주식 평가액은 약 401조원으로 계산돼 142조원가량 감소했다.
운용 기준 변경을 둘러싼 논란은 2021년에도 있었다. 당시 국내 주식의 전략적자산배분 허용 범위는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확대됐고, 전술적자산배분 범위는 ±3%포인트에서 ±2%포인트로 축소됐다. 이듬해 전체 기금 수익률은 -8.28%, 국내 주식 수익률은 -22.75%를 기록해 79조6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회의에서도 정부 측은 한시적 한도 확대를 지지했지만 투자정책 전문가와 일부 위원은 심층 분석 없이 장기 운용 원칙을 바꾸면 일관성과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논란의 배경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장을 맡고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임명되는 의사결정 구조가 있다. 올해 상반기가 6·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었고 정부가 증시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한 만큼 정치적 부담이 고려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 요구의 공개, 위원 구성과 선임 절차의 투명성 강화, 독립위원회나 별도 공사 전환, 정부 관료 축소와 투자 전문가 보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와 거리를 둔 독립 투자기구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방식도 검토 사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