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어 의술로 잇는 한국인 의사 정제한
핵심 요약
네팔 출신 귀화 의사 정제한 씨가 울산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이주민 의료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네 차례 도전 끝에 한국 의사 면허를 얻었고 2014년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그는 다문화 구성원을 구분하기보다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팔 출신으로 처음 한국 의사 면허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진 라제스 천드러 조시 씨는 한국명 정제한으로 살아가는 55세의 귀화 한국인이다. 1992년 유학생으로 입국한 그는 30여 년이 지난 현재 울산의 한 재활요양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한다. 병원 밖에서는 네팔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족의 의료·심리 상담을 맡으며 한국 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정씨는 네팔 트리부반대학교 생물학과 재학 중 오지를 찾은 한국 의료봉사단을 보고 의사의 길을 꿈꿨다. 정성덕 영남대 의대 교수의 도움으로 한국에 온 뒤 1993년 영남대 의대에 진학했고, NGO 지원과 대학 장학금으로 학업을 마쳤다. 네팔 의료법 변경과 아내의 현지 적응 문제로 한국에 남아 국가고시에 도전했으며, 세 번째 시험에서 마킹 실수로 3점 차 낙방을 겪은 끝에 네 번째 시험에 합격했다.
학생 때부터 네팔인 노동자의 여러 건강 문제를 상담한 경험은 가정의학과 선택으로 이어졌다. 정씨는 내과·외과·신경과 등 폭넓은 영역을 익힌 뒤 2014년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해마다 네팔 빈민촌에서 의료봉사를 했고, 국내에서는 한국어·영어·네팔어로 검사 결과와 처방전, 의뢰서를 풀어 설명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경우 전화와 영상통화,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적절한 병원을 안내했다.
상담은 질환 정보뿐 아니라 언어 장벽과 외로움에서 생기는 불안과 우울감을 덜어주는 일까지 아우른다. 위급한 환자의 병원비를 마련하도록 동포들의 모금을 연결하고, 한국 의료체계를 몰라 치료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전문적인 조언도 제공한다. 이런 활동으로 2011년 KBS 다문화대상과 2019년 법무부 모범 귀화자상을 받은 정씨는 다문화라는 말로 구분하기보다 서로 다른 배경의 주민을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의술을 통해 다문화 구성원의 건강한 정착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