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력 꺾인 이란, 무이자 후불 결제 확산
핵심 요약
고물가와 리알화 가치 하락 속에서 이란에 무이자 후불 결제가 등장했다. 스냅페이는 최대 5억 리알 한도로 월말 일시불이나 4개월 할부를 제공한다. 소비 감소와 금 매각 증가는 전쟁과 제재가 겹친 이란의 민생고를 드러낸다.
미국의 장기 경제 제재에 전쟁 충격까지 겹치며 물가가 치솟은 이란에서 외상과 유사한 후불 결제가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등장했다.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 스냅페이는 테헤란 곳곳에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대금을 내도록 안내하는 광고판을 설치했다. 리알화 가치 하락으로 판매자에게 불리해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거래 방식이 소비 위축 속에서 확산하는 모습이다.
후불 결제 대상은 의류와 휴대전화뿐 아니라 여행상품과 금까지 다양하다. 스냅페이는 고객에게 최대 5억 리알, 약 270달러 한도를 부여하고 이자와 수수료 없이 월말에 한꺼번에 내거나 4개월에 걸쳐 나눠 갚도록 했다. 이란에서는 신용카드식 후불 거래 대신 체크카드나 현금 결제가 일반적이었지만, 생산자와 공급자들이 판매 감소를 견디기 위해 결제 조건을 바꾸고 있다.
생활 현장에서도 소비 여력의 약화가 뚜렷하다. 테헤란에는 가격 부담이 적은 푸드트럭이 늘었고, 양고기 케밥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간 구이를 선택하는 가정도 많아졌다. 시내 시장의 한 농산물 매장은 하루 방문객이 1천200명에서 400명으로 줄어 수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석 달 연속 80%를 웃돌았으며, 7월 22일 기준 직전 한 달 물가 상승률은 130%에 달했다.
전쟁으로 실업이 늘어난 가운데 2026년 봄 실업률은 9.1%를 기록했다. 민생고는 전쟁 전부터 심각해 지난해 12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이어졌다. 수년간 이어진 리알화 급락에 대비해 금을 보유해 온 주민들 가운데 최근 이를 처분하는 사례가 늘고 필수재 소비도 감소하고 있다. 물가와 환율 문제를 인식하는 이란 정권은 제재와 결핍을 견디는 국민의 인내가 미국과의 대결에서 버틸 만큼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