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유와 수련으로 완성된 김정희의 서화 세계
핵심 요약
김정희의 인간관계와 예술적 성취를 함께 살피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말년의 추사체와 서화일치를 보여주는 대표작 등 38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미공개 작품 6점과 한·청 문인 교류를 보여주는 자료도 처음 공개된다.
추사 김정희가 학문과 신분, 지역과 종교의 경계를 넘어 쌓은 교유를 조명하는 주제 전시 ‘추사 김정희와 그의 동반자’가 11일부터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서화실에서 열린다. 겸재 정선과 단원 김홍도에 이은 세 번째 주제전으로, 보물 ‘불이선란도’를 포함한 편지와 서예, 그림 38점을 11월 22일까지 선보인다. 개인의 성취에 머물지 않고 여러 벗과 제자가 그의 학문과 예술에 남긴 흔적을 함께 살피도록 구성했다.
전시의 중심에는 김정희가 71세에 북청 유배 시절 제자 요선 유치전에게 써준 ‘산호가·비취병 대련’이 놓였다. 금박을 입힌 분홍빛 종이에 일곱 자씩 적은 두 폭의 글씨는 굵기가 크게 달라지는 필획과 과감한 운필이 조화를 이룬다. 귀한 산호 붓걸이와 비취색 꽃병을 뜻하는 문구에 아끼는 제자를 향한 마음을 담았다. 난초를 자유롭게 그린 ‘불이선란도’에서는 서화일치의 경지를, ‘해붕대사화상찬’에서는 골기만 남은 해서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김정희는 23세 때 부친을 따라 청나라 연경으로 건너가 옹방강과 완원 등 당대 학자들과 교유하며 새로운 학문과 역대 서법을 익혔다. 귀국한 뒤에도 평생 수련을 이어가며 예서를 토대로 독자적인 추사체를 완성했다. 벼루 열 개를 닳아 구멍 내고 붓 천 자루를 소모했다는 그의 표현처럼 추사체는 오랜 연마의 결과였다. 글씨는 하나의 고정된 양식이 아니라 30대부터 70대까지 계속 달라졌고, 같은 글자도 획과 짜임을 달리하는 변화가 두드러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 6점도 처음 나온다. 34세 때 부친 김노경의 예조판서 임명과 자신의 문과 급제 소식을 담은 ‘황해도 무관에게 보낸 편지’, 68세 무렵 자작시를 쓴 ‘석노시첩’, 제주 유배 중이던 63세에 오숭량의 그림을 보고 지은 시를 담은 ‘기유십육도시첩’이 포함됐다. 청나라 문인 주학년의 그림에 옹방강과 완원 등이 감상 글을 더한 ‘소동파입극도’도 박물관이 2023년 구입한 뒤 처음 공개돼 김정희와 청나라 문인들의 폭넓은 교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