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관 254점에 담긴 한국미술 100년
핵심 요약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상설전이 254점으로 한국 근현대미술 백여 년의 흐름을 조명한다. 조석진부터 백남준까지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시대순으로 이어진다. 한 관람객은 폭염 속에서도 약 5시간 동안 전시장을 머물며 작품과 시대를 함께 돌아봤다.
폭염이 이어진 지난 7일, 한 관람객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한국근현대미술Ⅰ·Ⅱ’ 상설전을 찾아 약 5시간 동안 254점의 작품을 살펴봤다. 금요일 오전의 비교적 한산한 조각공원을 지나 입장한 전시장에서는 대한제국 시기부터 1990년대까지 이어진 한국 미술 백여 년의 변화가 시대순으로 펼쳐졌다. 입구에서는 1003대의 브라운관 모니터로 구성된 백남준의 1988년 서울올림픽 기념작 ‘다다익선’이 관람객을 맞았다.
전시는 조선 산수화의 전통을 간직한 조석진의 ‘춘일금강’에서 출발해 일제강점기에 유입된 새로운 화법과 유학파 작가들의 등장을 차례로 비췄다. 이건희컬렉션으로 기증된 나혜석의 ‘화령전작약’, 붉은 벽돌과 푸른 하늘이 선명한 이인성의 ‘계산동 성당’도 전시됐다. 해방과 전쟁의 구간에는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와 박수근이 평범한 이웃의 일상을 거친 질감으로 담은 작품들이 자리했다.
1960년대 이후의 전시 공간에서는 풍경의 재현을 넘어 자연과 내면의 본질을 탐색한 흐름이 두드러졌다. 김환기의 ‘달 두 개’는 한국 근현대미술의 시간축 안에서 추상미술의 변화를 보여줬다. 관람객이 가장 오래 머문 윤형근의 ‘청다색’은 짙은 남색과 갈색이 화면을 무겁게 채운 작품이다. 관람객은 그 색면을 일제강점기와 전쟁, 가난과 산업화를 통과한 한국사의 시간과 겹쳐 바라봤지만, 이는 작품의 의도와 구분되는 개인적 감상이었다.
마지막 전시실의 백남준 작품 ‘브람스’는 빛과 영상, 음악을 결합한 언어로 전시의 끝을 맺었다. 조석진에서 나혜석·이인성·이중섭·박수근·김환기·윤형근을 거쳐 백남준으로 이어지는 구성은 전통 회화부터 미디어 예술까지의 변화를 한 흐름으로 연결했다. 관람을 마친 뒤에도 바깥의 폭염은 계속됐지만, 전시장을 채운 작품들은 작가들이 지나온 시대와 그 안에서 형성된 예술의 궤적을 선명하게 남겼다. 관람객은 과학관에서 시간을 보낸 손자와 주차장에서 다시 만나 서로 다른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