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는 허구를 알면서도 감각에서 시작됐다
핵심 요약
서울 영등포구의 몰입형 전시에서 참가자 세 명이 같은 공포 장치에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감각적 몰입이 강했던 참가자는 넘어질 정도로 공포를 느꼈지만, 인공성을 인식한 참가자는 긴장이 낮아졌다. 허구에 대한 인식과 별개로 학습된 기억과 시청각 자극이 공포 반응을 만들 수 있음을 체험에서 확인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초상현상 체험 공간에서 세 명의 참가자가 같은 공포 연출을 마주했지만 반응은 뚜렷하게 갈렸다. 작품 속 인물이나 퇴마사가 돼 미션을 수행하는 전시에는 귀신과 시체, 움직이는 마네킹, 기괴한 음향과 미디어아트가 배치됐다. 허구임을 인식한 상태에서도 한 참가자는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공포를 느꼈고, 다른 참가자들은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체험료는 1만1700원이었다. Y1은 실눈과 손으로 시야를 가리는 행동에 각각 8점, 놀람 10점, 공포 9점을 매겼다. 마지막 탈출 구간에서는 다리가 풀려 넘어지기도 했다. Y2는 실눈과 시야 가리기 0점, 놀람 2점, 공포 3점을 줬다. 반복되는 장치와 가짜처럼 보이는 마네킹이 몰입을 깨뜨렸지만, 첫 구역과 시신보관실은 공포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Y3는 네 항목 모두 0점이었다.
참가자들이 체감한 차이는 허구를 받아들이는 방식과 감각의 반응에서 나타났다. 과거의 공포 경험과 결합된 형상은 비슷한 자극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조건화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화면이나 전시물이 실제가 아니라는 판단과 별개로 시각과 청각은 대상의 움직임과 존재감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조성된 배경을 머릿속에서 실재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일수록 현장에 있다는 착각과 놀람도 커질 수 있다.
현장에서는 불길 속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어린아이, 정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사체, 핏물이 흐르는 칠판과 살점을 도려내는 듯한 연출이 강한 자극으로 꼽혔다. 반면 유사한 공포 장치가 반복되거나 구현의 인공성이 두드러지면 긴장이 빠르게 낮아졌다. 실제로 이날 두 팀이 체험을 중도 포기했다. 같은 공간에서도 공포의 강도는 장치 자체뿐 아니라 개인의 기억, 상상, 몰입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