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에 남은 150년 시접, 장손의 다음 꿈
핵심 요약
전경철씨가 5대에 걸쳐 전해진 제례용품과 족보를 충청남도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약 150년 동안 사용한 시접을 비롯한 유물은 공주 지역 한 집안의 생활사를 보여준다. 간암 말기인 전씨는 발달장애인의 자립 시설을 만드는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충남 공주시 중동 충청남도역사박물관이 이달 1일부터 전경철(64)씨가 기증한 정선 전씨 집안의 제례용품 10여 점과 족보, 에세이 ‘안녕, 피터팬’을 2층 상설전시실에 공개하고 있다. 수집가도 부유한 자산가도 아닌 전씨가 5대 장손으로 간직해 온 물건들로, 선대의 상차림과 족보를 통해 100년 넘게 이어진 한 집안의 삶과 당시의 질서를 보여준다.
전시 공간은 충남의 시대별 역사와 조선시대 기록, 생활문화 자료를 살펴보는 관람 동선의 마지막에 마련됐다. 전씨가 특히 아끼는 유물은 제사상 수저를 담는 놋그릇인 시접이다. 일제강점기 강제 수탈 속에서도 종가의 정신을 지키듯 보존했다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물건으로, 5대에 걸쳐 약 150년 동안 사용됐다. 마지막 제례 뒤 유물을 떠나보낸 전씨는 박물관에 놓인 모습을 보고 위로를 얻었다.
전씨는 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자폐성 장애 1급의 20대 아들을 홀로 키워 ‘피터팬 아버지’로 불린다. 지난해 4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간암 말기 상태에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을 돌봐줄 곳을 찾아왔다. 지난 3월 그 사연이 알려진 뒤 충북의 한 발달장애인 자립 시설이 아들을 받아들였다. 아들의 입소로 제례를 이어갈 사람이 사실상 없어진 전씨는 집안 물건을 고향의 역사를 품은 곳에 맡기기로 했다.
전씨의 선대는 현재 세종시 장군면인 옛 공주시 장기면에서 대대로 살았다. 그는 집안의 뿌리를 고려해 서울이 아닌 공주의 박물관을 기증처로 택했다. 전시장 뒤편에는 부자의 삶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며, 박물관은 관람객이 포스트잇으로 응원을 남기는 참여 공간도 준비할 계획이다. 시한부 판정 이후에도 삶을 이어가는 전씨는 비영리 사회복지법인 ‘피터팬 재단’을 세워 발달장애인이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갈 시설인 ‘네버랜드’를 만드는 꿈을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