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 벤치에 둔 짐, 자리 선점 효력 두고 논쟁
핵심 요약
보령의 한 해수욕장에서 짐만 놓인 공용 벤치에 앉은 여성이 자리 이동을 요구받았다. 짐을 둔 여성은 가족을 위해 자리를 맡았다고 주장했지만 이용자는 벤치를 계속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짐만으로 공용 좌석을 선점할 수 있는지를 두고 원칙과 관행을 달리 해석했다.
충남 보령의 한 해수욕장을 가족과 찾은 40대 주부 A씨가 짐만 놓인 공용 벤치에 앉았다가 자리를 비워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지난 주말 남편과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동안 혼자 쉬기로 한 A씨는 바다가 잘 보이는 벤치를 찾았고, 한쪽 끝에 짐만 있을 뿐 사람이 없는 벤치의 반대편 끝자리에 앉았다. 이후 짐을 두는 것만으로 공용 공간을 맡아둘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A씨가 약 10분 동안 쉬고 있을 때 인근 벤치에 있던 여성이 다가왔다. 이 여성은 일찍 도착해 자리를 확보하려고 짐을 놓았으며 가족들이 곧 돌아올 예정이라며 A씨에게 비켜 달라고 요구했다. A씨가 일어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그대로 앉아 있자 여성은 같은 벤치로 옮겨 A씨 바로 옆에 붙어 앉았다. 여성은 남편이 돌아온 뒤 A씨에게 자리를 빼앗겼다는 취지로 억울함을 드러냈다.
A씨는 다툼이 커질 것을 우려해 별다른 대응 없이 자리를 지켰고, 자신의 행동에 잘못이 있었는지 의견을 구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짐만으로 미리 차지하는 행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며 해당 벤치를 주인 없는 자리로 보는 것이 원칙에 맞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로 양보하며 번갈아 이용하는 방식이 바람직했겠지만, 처음부터 그런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짚었다.
박상희 심리학 교수는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짐을 보고 누군가 맡아둔 자리라고 여겨 피할 수도 있지만, 짐이 한쪽 끝에만 있어 남은 공간에 앉는 행동 역시 잘못으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박지훈 변호사는 공용 벤치를 관행적으로 맡으려면 직접 앉아 있거나 즉시 돌아올 수 있는 범위에 있어야 한다고 봤다.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던 당시 상황에서는 A씨가 벤치를 이용해도 무리가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