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기각 사유 확대에 법조계 '재판 장기화' 우려…정치권 논란도
핵심 요약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소기각 사유가 6개에서 8개로 확대됐다. 법조계는 새 요건의 기준 모호성과 재판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한다.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겨냥한 목적성 입법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31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공소기각 요건이 확대되면서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정법률에는 중대한 위법수사를 근거로 한 공소제기나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을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공소기각 사유는 기존 6개에서 8개로 늘어났으며, 법원이 새 기준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따라 재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직 부장판사는 "기존에도 위법수사를 문제 삼아 공소기각을 주장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요건이 확대되면 법원이 판단해야 할 쟁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정치인 연루 사건이나 특검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새 조항을 근거로 검찰의 기소재량권 남용을 주장하며 공소기각을 적극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새 요건의 기준이 모호해 시행 초기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소기각은 무죄 판결과 달리 상급심이 인정하지 않으면 사건이 파기환송돼 다시 심리해야 한다. 한 고법판사는 "1심에서 충분히 심리한 뒤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해 무죄를 선고할 수 있는데도 공소기각을 택했다가 상급심에서 판단이 뒤집히면 재판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피고인 입장에서 법적 불확실성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두 사유가 기존 판례에서 인정돼 온 만큼 규정 추가의 실익이 크지 않지만, 법에 명시된 이상 법원이 적극적으로 해석해 적용할 여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재판을 겨냥한 목적성 입법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사기도박의 밑장빼기 같은 파렴치한 속임수"라며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통령의 재판 삭제를 위해 도피로를 깔아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2021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 사건에서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공소기각을 확정한 바 있다. 이 교수는 공소기각 기준이 명시되면서 이를 인정하는 판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만, 무죄 판결이 가장 확실한 해결인 만큼 두 판단이 충돌하는 사례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