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협의·정무 판단에 흔들린 부동산 세제
핵심 요약
세제 개편안이 공급·전월세 대책과 분리되면서 정책 메시지에 혼선이 생겼다. 서울시와의 뒤늦은 협의와 핵심 공급 방안을 둘러싼 견해차가 논란을 키웠다. 향후 선거에 대한 여권의 우려가 세제 개편 수위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개정안을 주택 공급 및 전월세 대책과 분리해 발표하면서 정책의 성격과 국민이 받아들이는 메시지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 정부는 조세 체계를 정상화하는 방안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다수 국민은 이를 집값 안정을 겨냥한 부동산 대책으로 인식했다. 공급 방안 없이 보유세 조정이 먼저 제시되자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한다는 부정적 인식도 커졌다.
정부는 13일 공급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서울시와의 협의 시점과 내용도 논란을 키웠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만남은 세제 개편안 발표 뒤에 이뤄졌다. 양측은 그린벨트 해제와 용산어린이공원,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공급 물량 확대 등 핵심 방안을 놓고 큰 견해차를 보였다. 오 시장은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세제 개편의 강도가 예상보다 낮아진 배경에는 여권의 정무적 판단도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초부터 시장 대응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고, 보유세와 양도세의 합리적 조정을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환수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이 예상됐다. 그러나 실제 개편안은 세금 체계를 복잡하게 만들면서도 부담 증가는 초고가 주택에 집중돼 세제 정상화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권 내부에서는 내년 개최 가능성이 커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8년 총선에 미칠 영향이 정책 수위를 낮춘 요인으로 거론된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탈환에 실패한 배경으로 부동산 민심 악화가 지목됐고, 개편안에 따른 세금 고지서가 내년 하반기에 반영되면 총선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청와대에 전달됐다. 이번 과정은 부동산 과세 정상화와 집값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함께 추진하는 정부의 실행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