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뒤 불어난 빚…라오스 흔드는 중국 자본
핵심 요약
라오스가 중국 자본으로 고속철도와 전력망을 확충한 뒤 막대한 채무 부담에 직면했다. 고속철도 사업비는 2023년 완전 개통 무렵 라오스 GDP의 3분의 1에 달했고 광산 수입도 담보로 잡혔다. 중국의 만기 연장과 기반시설 운영권 확보가 라오스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라오스가 중국 자본으로 고속철도와 전력망을 확충한 뒤 막대한 채무와 핵심 기반시설의 통제권 문제에 직면했다. 메콩강의 댐에서 생산한 전기를 태국·베트남·중국에 수출하며 ‘동남아의 배터리’를 표방하지만, 옛 왕도 루앙프라방에서는 호텔이 익숙하게 초를 준비할 만큼 정전이 반복되고 있다. 전력 수출국의 주민들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이다.
내륙국인 라오스는 지리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다. 쿤밍과 수도 비엔티안을 연결한 고속철도는 자동차로 8시간 넘게 걸리던 이동 시간을 2시간대로 줄였다. 그러나 사업비 59억달러는 2023년 완전 개통 무렵 라오스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에 달했다. 라오스는 사업 지분에 필요한 자금도 중국에서 빌렸고, 대출 담보로 광산 수입을 제공했다.
라오스가 중국에서 조달한 자금 중 올해 상환해야 할 규모는 외환 보유액의 90%에 육박한다. 국제통화기금은 라오스를 상환 능력을 잃은 부채 곤경 국가로 분류했다. 채무불이행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만기를 연장해 왔기 때문이다. 국가 고압 송전망 운영권도 중국 기업에 25년간 넘어갔다. 자금과 기술을 앞세운 인프라 개발이 채무 부담과 자원·시설 운영권의 종속으로 이어진 구조다.
스리랑카는 중국 대출로 항만을 개발한 뒤 빚을 갚지 못해 운영권을 장기 임대 방식으로 넘겼고, 파키스탄은 대형 인프라 사업 이후 유연탄 발전소 지분을 중국에 내줬다. 한국이 이들 국가처럼 당장 중국발 채무 위기에 놓일 가능성은 낮지만, 대출 계약과 기반시설 지원을 통한 영향력 확대는 경계할 대목이다. 루앙프라방행 열차에서 만난 한 남성은 이동 시간이 단축된 점을 반기면서도 중국이 현지의 모든 것을 삼킬지 모른다는 불안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