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양가 빠진 서울 주택 공급론의 함정
핵심 요약
서울 전용 84㎡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 5월 21억3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고분양가 주택 공급은 주변 시세 상승이나 대출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 중심의 공급 확대는 수도권 과밀과 비수도권 공동화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집값 대책으로 아파트 공급 확대가 거론되고 있지만, 공급 물량만으로 가격 안정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전용면적 84㎡의 평균 분양가는 21억3600만 원이었다. 이처럼 높은 분양가가 유지되는 상황에서는 새 아파트를 대량으로 지어도 실수요자의 구매 부담이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
20억 원대 아파트가 대규모로 공급될 경우 가격이 그 수준에서 굳어지거나 공급 과잉으로 하락하는 두 경로를 생각할 수 있다. 주택 구매자가 상당한 빚을 부담하면 낮은 가격에 매도하기를 꺼리는 하방경직성이 작용한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 분석에서도 높은 분양가가 주변 주택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분양가 공급은 오히려 인근 시세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안고 있다.
반대로 20억 원에 분양된 주택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 대출에 의존한 입주자가 하우스 푸어로 내몰리고, 사례가 쌓일수록 가계대출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과도한 채무를 떠안은 집주인이 주택가격 하락을 버티지 못하면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전례도 있다. 분양가와 부채를 함께 다루지 않는 공급 확대는 건설사와 부동산업계의 판매 물량만 늘릴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 중심의 공급 확대는 수도권 과밀 문제와도 맞물린다. 2026년 7월 서울 인구는 928만 명으로 전국의 18%이며, 2025년 12월 서울·경기·인천의 주민등록인구는 2608만여 명으로 전국의 약 50.3%다. 국토 면적의 11%인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상태에서 주택과 기반시설이 추가되면 집중이 심해지고, 비수도권 공동화와 지역 소멸, 수도권 주거환경 악화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공급 규모뿐 아니라 분양가와 부채, 국토 균형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