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흔들린 미국 가계, 필수비용도 카드 의존
핵심 요약
미국 소비자의 30%가 상환 부담을 알면서도 필수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차입과 후불결제, 비상저축 인출이 이어졌고 고소득층도 재정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가격 인상과 물가 정책을 둘러싼 불만이 기업과 정치권에 대한 신뢰 저하로 번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 1,075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0%가 최근 3개월간 식료품비와 기름값, 공과금, 병원비 등 필수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금을 전액 갚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카드를 사용했다. 지속되는 물가 상승 속에 일상적인 지출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이 늘어난 모습이다.
생활비를 충당한 방식은 카드 결제에 그치지 않았다. 응답자의 20%는 친척이나 지인에게 돈을 빌렸고, 18%는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했다. 비상금 등 다른 목적을 위해 모아 둔 저축을 꺼내 썼다는 응답도 17%였다. 연 소득 15만 달러 이상인 고소득층에서도 약 35%가 필수재 구매에 신용카드를 사용해 재정 압박이 소득 계층 전반으로 번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테네시주에 사는 알렉산드라 톰슨 부부는 맞벌이로 연간 약 7만 달러를 벌지만 신용카드 한도가 모두 찬 상태다. 현재는 매주 현금으로 최소한의 식료품만 사고 있으며, 구독 서비스를 모두 해지하고 외식도 월 1~2회로 줄였지만 매달 적자를 가까스로 피하고 있다. 2025년 기본 욕구 조사에서도 18~64세 성인의 약 35%가 식비를 카드로 냈고, 이 가운데 8.7%는 최소 결제액도 납부하지 못했다. 2023년의 7.1%보다 높은 수치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격을 정하는 기업과 정책을 운용하는 정치권을 동시에 향했다. 조사 참여자의 85%는 기업이 인플레이션을 내세워 필요한 수준보다 가격을 더 올렸다고 인식했고, 56%는 과거 선호하던 브랜드의 구매를 완전히 중단했다.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책임이 기업보다 정부와 정치인에게 있다고 본 응답자는 45%였으며, 관세 부과 같은 정책이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장바구니 전반에 누적된 가격 상승이 소비 여력과 경제·기업에 대한 신뢰를 함께 약화시키는 양상이다.